5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수신료 분리 징수를 내용으로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언론계 일각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언론계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수신료 납부와 관련된 사회적 혼란이다.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더라도 납부 의무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TV수상기가 집에 있다면 낼 의무가 있고 내지 않으면 연체료도 내야 한다. 수신료는 준조세 성격의 특별부담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 부분을 설명하지 않고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는 "대통령실이 분리 징수 권고의 근거로 삼은 국민참여토론은 분리 징수로 수신료 납부 의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의견 수렴"이라고 꼬집었다. KBS도 이날 입장문에서 "정부는 시행령 개정 추진 목적을 국민 불편 해소라고 하지만, 개정으로 납부 선택권으로 부여한 것으로 오도해 국민들을 체납자가 될 위험에 빠뜨리는 게 불편 해소인가"라고 반문했다.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날 의결은 지난달 5일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안을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이뤄진 데다 방통위의 입법예고 기간은 통상(40일 이상)에 훨씬 못 미치는 10일이었다. 강명현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수신료 수익이 감소되면 KBS도 상업광고를 편성할 수밖에 없고, 결국 전체 방송 산업에 영향을 미칠 텐데 이 부분에 대한 숙의가 생략돼 아쉽다"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조 등 언론현업 5단체도 이날 성명을 통해 "공영방송 전체와 한국 미디어 생태계의 대혼란을 일으킬 엄중한 사태"라고 강조했다. 방송사노동조합협의회가 이날 주최한 토론회에서 심영섭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 영상홍보학과 교수는 "KBS 역시 어떻게 국민의 공감을 얻고 나아갈지 내부 공감대를 형성해 대안을 제시해야 하지만 정부 역시 이를 위한 최소한의 기간을 줬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KBS 내부는 최대 위기라는 분위기다. 설마 했던 수신료 분리 징수가 속도전식으로 처리된 데다 최근 국민의힘에서 KBS2TV 폐지 주장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 KBS 구성원은 "분리 징수에 KBS2TV 폐지 주장까지 정치권에서 나오는 것은 '길들이기'를 넘어선 KBS를 없애려는 의도"라면서 "구성원들 스스로 정치적 외압 등에 따른 '자기 검열'을 하게 될까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다수 노조인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권이 사회적 합의와 제도로 만들어진 공영방송 KBS를 망가뜨린다면 다른 비판언론을 길들이는 건 너무나도 손쉬운 일이 될 것"이라면서 "언론협업단체, 언론시민단체와 연대해 공영방송 장악의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