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동거 종료 때 절반이 '이별 폭력' 경험… 여성 21% "성폭력 피해"

입력
2023.07.0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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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때 신체폭력 피해 여성, 가정폭력의 8배

이혼이나 별거, 동거 종료를 겪은 성인 2명 중 1명은 이별 당시 배우자나 동반자에게 폭력 피해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이별 폭력' 경험 비율은 혼인이나 동거 생활 중 발생하는 '가정 폭력'에 비해 훨씬 높아 제도적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19세 이상 성인 남녀 9,0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정 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5일 발표했다. 가정 폭력 실태조사는 2004년부터 가정폭력방지법에 따라 3년 주기로 시행되는 법정조사로, 조사원이 동석해 응답자의 가정폭력 인식과 경험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사 결과 이혼, 별거, 동거 종료를 경험한 응답자 중 배우자나 파트너로부터 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답한 비율은 50.8%였다. 피해 유형별로 보면 여성 응답자는 통제(58.4%), 정서적 폭력(50.7%), 신체적 폭력(34.7%), 경제적 폭력(27%), 성적 폭력(21.1%) 순이었다. 이별 경험이 있는 여성 3명 중 1명꼴로 신체적 폭력, 5명 중 1명꼴로 성폭력을 당한 셈이다. 남성 응답자는 통제(56.2%), 정서적 폭력(43.3%), 신체적·경제적 폭력(각각 20.4%), 성적 폭력(4.8%) 순으로 피해 경험률이 높았다.

이별 폭력의 심각성은 가정 폭력과 비교해서도 두드러졌다. 혼인했거나 동거 중이라고 밝힌 응답자 중 평생 폭력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14.3%로, 이별 상대에게 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응답률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여성 응답자만 떼어놓고 보면 혼인 및 동거 중인 응답자의 신체적 폭력 피해율은 4%, 성적 폭력 피해율은 7%로, 같은 유형의 이별 폭력을 겪은 여성 응답자의 비율이 각각 8배와 3배 이상이었다. 조사를 수행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진은 "이별 폭력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밝혔다.

가정 폭력이 좀처럼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실태도 변함없었다. 가정 폭력을 당한 뒤 가족 구성원, 피해자 지원 단체, 수사기관에 도움을 청한 경험이 없다는 응답자는 92.3%에 달했다. 도움을 청한 경우 그 대상은 가족이나 친척(3.9%), 이웃이나 친구(3.3%), 여성긴급전화1336(1.2%), 경찰(0.8%), 가정 폭력 상담소나 보호시설(0.3%) 순이었다. 피해자 지원 제도가 있어도 해당 기관에 도움을 청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폭력이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36.9%), '그 순간만 넘기면 된다고 생각해서'(21%), '부부가 알아서 해결할 일인 것 같아서'(20.5%)등의 답변이 많았다.

18세 미만 아동을 양육하는 응답자 가운데 아동에게 폭력을 가한 경험이 있다는 비율은 11.7%로, 2019년 직전 조사(27.6%)에 비해 크게 줄었다. 반면 65세 이상 응답자 중 지난 1년간 가족 구성원에게 폭력을 당한 이들은 4.1%로 2019년(3.8%)보다 증가했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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