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외국인 직접투자 신고액 역대 최대 찍은 비결은

입력
2023.07.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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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기업들 국내 투자 늘린 것이 유인책 역할
IRA로 중국 업체들 한국에 생산 투자
尹 대통령 해외순방 효과도 전체 투자의 18%


올해 상반기 국내 외국인 직접투자(FDI) 신고액이 170억 달러(약 22조2,100억 원)를 넘으면서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62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몇 년 동안 미뤄진 신규 투자가 본격적으로 집행되고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우리나라에 제조업 투자가 느는 등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풀이된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외국인 직접투자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고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4% 증가한 170억9,000만 달러(1,649건)로 집계됐다. 반기 기준으로 기존 최대 규모는 2018년 상반기의 157억5,000만 달러였다.

FDI가 늘어난 건 첨단산업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갈등의 반사효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급망 갈등으로 우리 대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늘리면서 관련 외국 투자가 따라왔다는 설명이다. 이삼식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신산업유치팀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앵커(선도) 기업이 국내 투자를 늘리고 있고 현대‧기아차도 마찬가지"라며 "대기업의 국내 투자가 늘면서 관련 외국 기업의 투자 역시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 ASM은 5월 한국에 1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다 기후 위기 이슈로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면서 외국 기업들의 에너지 관련 투자 액수도 커졌다. 이런 영향으로 유럽연합(EU)의 투자 규모가 42억6,000만 달러(145%)로 가장 많았고 미국도 36억6,000만 달러를 투자해 전년 대비 24% 늘었다.



"용인 클러스터 완공되면 외국인 직접투자 기록 경신할 것"


특히 IRA의 영향으로 미국과 FTA를 맺은 우리나라에 생산 시설을 짓는 중국 기업도 늘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①중국의 전구체 제조사 GEM은 SK온, 에코프로의 자회사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와 전북 새만금산업단지에 1조2,000억 원 규모의 공장을 세우기로 4월 협약식을 맺었다. 같은 달 ②중국 화유코발트도 LG화학과 1조2,000억 원을 들여 새만금산업단지에 전구체 생산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지난달 ③중국 전구체 회사 CNGR은 포스코그룹과 1조5,000억 원을 들여 이차전지용 니켈 정제와 전구체 생산 공장을 포항에 짓기로 했다. 이런 영향으로 중화권 투자는 전년대비 33% 늘어난 32억5,000만 달러에 달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투자 유치 성과도 한몫했다. 윤 대통령이 상반기 해외 순방에서 유치한 투자는 31억4,000만 달러로 전체 신고 금액의 18%를 차지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미뤄진 신규 투자가 상반기 확정된 사례도 있다"며 "대규모 외국인 투자는 대기업의 국내 투자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경기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가 지어지면 그해 외국인 직접투자액이 역대 최대를 다시 경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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