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파업은 약과" 보건노조 총파업 초읽기에 의료계 초비상

입력
2023.07.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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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무기한 총파업 예고… 6만명 진료 중단 
복지부 긴급상황점검 착수, 상황 예의주시

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 예고에 정부와 의료계가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노조는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력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준까지 왔다며 인력 기준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대대적인 파업에 나설 방침이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참여 인원과 범위 면에서 5월 대한의사협회의 '간호법 파업'과 비교가 안 되는 규모라 자칫 심각한 의료 공백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의 83%인 6만여 명이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노조는 이번 주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가결될 경우 13일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다. 투표 결과는 10일 발표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상 가결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은 19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노조는 2004년 의료 민영화 저지와 주 5일제 관철을 위해 파업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참여 인원은 1만여 명으로, 이번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조합원 규모의 6분의 1 수준이었다.

"간호사 피로 극에 달해 환자 건강 위협, 노정합의 이행을"

6만 명 넘는 의료 인력이 일제히 일손을 놓는다면 의료 현장에 일대 혼란이 불가피하다. 특히 환자들의 극심한 진료 불편이 예상된다. 노조 관계자는 "간호사와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등이 손을 놓으면 외래 병동은 큰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관계자도 "대학병원들도 혼란을 예상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노조는 그럼에도 파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간호사들의 업무 피로도가 극에 달하면서 빈번한 투약 사고 등 환자들도 피해를 보게 된 상황이라 처우 개선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것. 다만 중환자실, 응급실 등 필수의료 중에서도 환자의 생사를 담당하는 분야는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다.

노조가 내세우는 명분은 정부의 '9·2 노정합의' 미이행이다. 2021년 코로나19 사태 당시 의료인 처우 개선 등을 골자로 노정합의가 이뤄졌지만, 정부가 3년간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노조는 △간호사 인력 기준 마련(간호사 1인당 환자 5명 관리) △직종별 적정 인력 기준 마련 △의대 정원 및 전공의 확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등을 요구하며 정부에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 공백 상황을 막기 위해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이미 지난달 말부터 긴급상황점검을 착수했고,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노정합의에 대한 이견을 좁히기 위해 전날부터 대화를 시도 중이다.

다만 장기 파업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선 13일 파업을 벌인 뒤 여론을 살피며 후속 대응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가 의료 서비스 제공에 지장을 줄 경우 불법 파업으로 간주하고 엄정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힌 데다, 앞서 5월 간호사 인력 지원책을 발표하는 등 제도 개선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주호 노조 정책연구원장은 "국민 건강권을 위해 극한 상황까지 가기 전에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