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30대 주부 린(35)은 8세 외아들의 영어학원 비용으로 3개월에 1,500만 동(약 82만 원)을 지불한다. 한 달에 500만 동(약 27만 원)꼴이다. 외국계 회사 직원인 남편의 월 소득(1,600만 동·약 88만 원)은 베트남 평균 임금(약 40만 원)의 두 배 이상이지만 학원비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린은 “전혀 아깝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그는 “요즘은 5, 6세부터 영어를 배우는데 여덟 살에 시작한 건 상당히 늦은 편”이라며 “어떤 영어 학원을 가느냐의 차이일 뿐 학원을 안 보내는 집을 찾기가 더 어렵다”고 했다.
베트남의 뜨거운 교육열에 사교육 시장 규모도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이 나라의 교육 분야 소비 금액은 국내총생산(GDP)의 5.8%에 이른다. 2019년 1월 영국에서 열린 세계교육포럼 당시 베트남 교육부 장관은 “교육비가 2000년 11억1,000만 달러(약 1조4,440억 원)에서 2018년 140억 달러(약 18조2,140억 원)로 12배 이상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경제 성장세를 감안하면 현재는 20조 원도 훌쩍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노이와 호찌민 등 대도시에서는 예체능은 물론, 수학이나 문학 등 다양한 입시 과목 학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기본 중 기본’은 영어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내 외국 기업이 많은 데다 영어 구사 수준에 따라 대졸자 연봉이 3배까지 차이가 난다”며 “부모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까지 비싼 영어 학원비를 턱턱 내놓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명문 학교’를 보내려는 학부모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달 12일 하노이 하동의 반바오 초등학교 앞에선 섭씨 35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학부모 수백 명이 돗자리를 깔고 앉거나 가로수에 해먹을 설치해 밤을 새웠다. 학급당 정원이 30명으로 다른 학교(50명)보다 훨씬 적고, 영어 수업 횟수도 많아 “교육의 질이 높다”는 소문이 나자 선착순으로 입학 원서를 받으려는 부모들이 전날 밤부터 몰려든 것이다.
‘수학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한 하노이 명문 툭응히엠 초등학교 상황도 다르지 않다. 입학 원서를 구하려는 학부모들이 철제 담을 넘어가거나 밤새 교문 앞에서 장사진을 치는 경우가 매년 반복된다.
VN익스프레스는 “하노이에는 2,230개 이상의 공립학교가 있지만 학부모들이 관심을 갖는 명문 학교는 22곳뿐”이라며 “아이들을 일류 학교에서 공부시키려는 학부모의 욕구, 좋은 학교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간극이 혼란을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