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미신고 영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수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사회복지전산관리번호(전산관리번호)를 통해 영아 출생 미신고 사례를 찾을 수 있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기존의 임시 신생아 번호(출생 12시간 내 접종 등에 활용되는 임시번호)로 찾기 어려운 병원 밖 출산 아동이나 미등록 이주(외국인) 아동을 발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산관리번호는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미등록 아동에 긴급 복지가 필요할 때 공공기관이 임시로 발급하는 번호다. 의료급여, 아동수당 등 복지 서비스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번호가 발급되고 발급 주체와 조건도 다르다. 다만 공통점은 번호 발급 대상이 '출생신고되지 않은 아동'이란 점이다. 미혼부 자녀, 혼외 자녀, 불법 체류자 부모를 둔 미등록 이주 아동 등이 주로 대상이다.
전산관리번호의 이런 특성상, 출생신고 사각지대 아이의 존재를 파악하고 그 아이의 현 상태를 점검하는 일에 번호가 쓰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까지 전산관리번호를 받은 아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체계가 사실상 없었다는 점. 담당 공무원 개인 재량에 따라 아동이 처한 환경 조사와 출생신고 연계가 결정됐을 뿐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일선 공무원이 모니터링하며 확인하는 정도였고 일관된 대응 매뉴얼은 없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를 두고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시군구청 아동보호전담요원이 이 문제를 전적으로 처리하다 보니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관리번호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3월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에서 해결책이 제시되기는 했다. 개정안에는 복지부가 전산관리번호를 받은 아이들을 관리할 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아직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전산관리번호는 △병원 밖 출산 아동과 △미등록 이주 아동을 일부나마 공공 복지망에 포함시키는 장치다. 정부는 현재 임시 신생아 번호로 미등록 아동을 찾겠다는 방침이지만, 이 번호는 출생 후 12시간 내 B형간염 예방접종을 하는 아기들에게만 발급되기 때문에 미접종 아기들은 대상에서 빠진다는 한계가 있다. 임시 신생아 번호가 없더라도 이후 전산관리번호를 받으면 복지망에 들어올 수 있다.
또 다른 사각지대는 외국인 부모를 둔 미등록 영아들이다. 미등록 이주 아동의 경우 현재로선 전산관리번호를 통한 확인 외엔 별다른 대안이 없다. 법무부가 2021년부터 국내에 장기 체류하는 아동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체류자격 부여 방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까다로운 조건(6세 미만에 입국해 6년 넘게 체류하면서 공교육을 받은 경우) 탓에 제외되는 아동이 상당수다.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출생통보제 대상에서도 미등록 이주민 자녀는 배제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전산관리번호를 활용하되 궁극적인 제도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진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복지 서비스 종류에 따라 미등록 이주 아동이 전산관리번호를 못 받을 수도 있어 그보단 확실한 외국인 아동 출생 등록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영의 세이브더칠드런 선임매니저는 "미등록 이주 아동은 관리번호를 받아도 결국 출생신고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게 핵심"이라며 "법적 권위가 인정되는 '등록'을 보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