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한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A씨. 청약에 당첨되고부터 입주할 날만 기다려 왔지만, 입주 예정일이 4개월이 지나도록 공사는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시공사는 코로나19, 화물연대 파업,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력, 자재 조달 어려움을 공사 지연 이유로 들었는데요. 참다못한 A씨는 계약을 아예 없던 일로 하는 '계약 해제'를 염두에 두고 변호사를 알아보는 중입니다.
최근 들어 입주가 밀리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사무실엔 입주 예정자들의 문의가 쇄도한다고 합니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입주 예정자들은 속이 탈 수밖에 없죠. 입주 일정에 맞춰 집을 팔거나, 세입자를 구해 이자를 내는 등 자금 계획을 세웠을 텐데 다 어그러졌으니까요. 단기 월세 등 임시 거처를 마련해야 할 뿐만 아니라 중도금대출 이자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입주 예정자가 어떤 방법을 취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방법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입주를 늦게 하되 지체된 기간만큼 돈으로 보상받거나, 아예 계약을 해제하는 것이죠. 단, 공사가 준공돼 사용승인이 난 후에는 지체 상금 청구가 쉽지 않아요. 따라서 어떤 것이 나은지 빠르게 판단하는 게 좋은데요, 전자부터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들여다봐야 하는 건 계약서입니다. 통상적으로 계약서에는 입주예정기일에 입주가 안 될 경우에는 손해배상으로 '지체 상금'을 물어줘야 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지체 상금을 주거나 잔여대금에서 빼서 주는 방식으로요. 금액은 납부한 입주금에 연체율을 곱하고, 연체일수를 1년 365일로 나눠 계산됩니다. 만약 입주금을 3억 원 냈는데 입주일이 120일가량 밀렸고, 연체율이 10%라고 하면 980만 원가량을 지체 상금으로 받아야 하는 거죠.
다음 방법은 계약을 해제하는 것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아파트공급표준계약서에는 입주 예정일이 정해져 있고, 날짜가 달라지면 시공사나 시행사가 입주 예정자에게 통보하게 돼 있습니다. 계약서에는 입주 예정일이 3개월을 초과해 입주가 지연된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이때 공급대금의 10%는 위약금으로 분양자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나와 있어요. 그러나 지체 상금 조항만 규정돼 있을 뿐, 계약 해제권이 명시되지 않은 계약서도 있으니 꼼꼼히 문서를 살펴야 합니다. 이게 없다면 해제, 보상을 요구할 근거가 없는 것이니까요.
만약 계약 해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한다면 따져봐야 할 법적 쟁점들이 있습니다. 우선 사용승인 시기입니다. 만약 시행사가 입주 예정일로 정해 놓은 날로부터 3개월이 되기 전에 사용승인이 나면 계약 해제 사유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쨌든 사용승인이 나면 입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니까요. 3개월 만료 전 마지막 날에 사용승인을 받은 단지에 대해 원심에서는 계약 해제라고 인정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뒤집고 계약 해제가 안 된다고 판결한 사례도 있습니다.
입주 지연 기간을 언제로 보느냐도 중요합니다. 시행사나 시공사가 입주 예정일 변경을 통보하면, 통보된 날부터 입주 지연 기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입주 예정일이 밀린 것에 대해 합의하라는 문서를 입주 예정자들에게 보내기도 하는데요, 예정자들이 이에 동의할 시 입주 지연 기간을 이때부터로 정해 지체 상금을 산정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공급계약서에 적힌 애초 날짜와 달라지는 셈이죠.
그리고 가장 크게 다투는 것이 매도인의 귀책 사유, 즉 지연된 책임이 시공사나 시행사에 있느냐입니다. 공기가 지연되는 경우는 참 많죠. 자재가 없거나, 인력이 부족하거나, 장비가 조달되지 않거나, 하도급 업체가 파산하기도 하고요. 관련 법이 바뀌고 승인 허가가 지연되는 등의 문제도 불거집니다.
계약서상 계약 해제는 '매도인(시행사나 시공사)의 귀책 사유로 인해 지연이 발생해야 하고, 천재지변이나 문화재 발견 등 예기치 못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공사 일정, 입주 시기가 지연될 수 있고 매수인은 책임을 매도인에게 물을 수 없다'고 나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코로나19 같은 상황으로 공기가 지연됐다고 하는 시공사나 시행사가 많습니다. 결국 실제 계약을 진행하기 전 시공사가 이런 사유들을 예상하고 대비해 준공 계획을 짤 수는 없었는지를 법원에 증명해야 합니다. 면책 사유는 결국 법원이 판단하는 거니까요.
최근에는 국토교통부가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공기 지연이 건설사 책임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놨습니다. 통상적으로 노조 파업이나 자재 수급으로 인한 공기 지연은 시공사 책임으로 인정되는 사례가 많았지만, 정부가 이러한 해석을 내놓으면서 법적 갈등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참고로 입주 지체 상금과 다르게 보상받을 수 있는 사안도 있습니다. 바로 부실 시공이죠. 시공사가 입주 날짜를 맞추기 위해 공사를 독촉하다가 날림 시공이나 잘못된 시공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러면 하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입주자들은 하자에 대해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식으로 시공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사용승인이 나지 않았다면, 입주자들은 사전검사에서 최대한 많은 하자를 찾아 적극적으로 시행사나 시공사에 보수를 요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입주 후에나 주장할 수 있어요.
입주 지연이 발생했을 경우, 그대로 입주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시행사, 시공사와 합의점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입주 예정자가 계약을 해제하면 막대한 손해를 입기 때문에 최대한 금융 지원을 해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중도금대출 이자 지원을 요구할 수도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예방입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선분양제를 하고 있어서 분양자가 미리 돈을 지급하고, 계약 날짜에 맞춰 건물을 지은 다음 입주하는 체계입니다. 건물을 지어 올리기 전 큰돈을 들이는 만큼 분양권을 살 때 신중하게 계약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입지가 좋고, 가격이 싸고만을 따지는 게 아니라 해당 부지에 실제 건물 공사가 가능한지, 시공사는 해당 건물을 문제없이 지을 자금·자재 수급 조달 능력이 있는지, 시행사는 믿을 만한지를 최대한 따져 봐야 하는 것이죠.
재차 강조하지만 건축주 입장에서 도급, 분양자 입장에서 분양계약서를 꼼꼼히 따져 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원칙적으로 계약을 해제하고 손해배상청구를 하려면 청구하는 사람이 손해가 발생한 사실과 손해액을 입증해야 합니다. 그러나 손해를 입증하는 건 쉽지 않아요. 예컨대 '입주가 밀려 전세를 못 내주게 생겼다'고 주장해도 '세입자가 안 구해졌을 수도 있지 않냐'는 식으로 반박당할 수 있잖아요. 그렇기에 연체율 등 지체 상금에 대한 규정과 계약해제권은 반드시 약정하는 게 좋습니다.
지금까지 내용을 요약해 볼게요. 입주 시기가 밀린다면 계약을 해제할지, 지체 상금을 받고 입주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지체 상금은 지연 날짜와 납부금, 연체율로 산정되고, 계약 해제는 입주 예정일 3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가능, 공급액의 10%를 위약금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이 모든 게 계약서에 명시돼야 하기 때문에 계약을 체결할 때 꼭 약정해야 합니다. 계약서, 사업장별로 보상 기준이나 시공사 귀책 여부가 달라, 자세한 내용은 법률 상담을 받아 보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