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경영자금 확보를 위해 고금리 부채 대신 주가가 휘청거릴 만큼 막대한 규모의 유상증자를 택하면서 증시가 술렁이는 모습이다. CJ CGV는 지난 20일 시가총액보다도 많은 5,7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했다. SK이노베이션 또한 23일 이사회에서 무려 1조1,777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 주가가 가치·지분 희석 등의 우려로 연일 하락하면서 ‘개미 투자자’들 사이에 불만과 원성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증시에서는 총 10건의 유상증자 공시가 나왔다. CJ CGV와 SK이노베이션을 제외한 증자 규모만 4,644억 원에 달한다. 그것만 해도 지난해 6월 증자 규모 790억 원의 6배 가까운 수준이다. 기업들로서는 고금리 상황에 채권 발행도 여의치 않자 빚지지 않고 자금을 조달하는 고육지책으로 유상증자를 택한 셈이다. 하지만 대기업을 믿고 투자한 개인 소액투자자들로서는 예상치 못한 증자에 따른 주가 하락에 불만이 없을 수 없게 됐다.
증자 방식이나 자금 활용에 대한 불만도 크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제3자 배정이 아닌 주주배정 우선 유상증자다. 이는 기존 주주에게 할인된 가격의 신주를 우선 배정한다는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반등하지 못하면 기존 주주의 ‘쌈짓돈’까지 쥐어짰다는 비난을 살 수 있다. SK이노베이션과 CJ CGV가 각각 증자 자금의 30%, 67%를 채무상환에 투입하기로 한 것도 경영책임을 개미 투자자에게 전가한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주식투자는 투자자가 기업경영 전반을 면밀히 살핀 후 자기책임하에 진행하는 시장행위다. 따라서 기업이 유상증자에 나서고, 그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기업을 비난하는 건 무리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로선 유상증자 추진 사실조차 모른 채 갑자기 악재를 만나게 되는 ‘정보 비대칭성’ 피해에 불만이 없을 수 없다. 증시를 주도하는 대기업이라면 ‘신의성실’ 차원에서라도 개미 투자자들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