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미국 워싱턴주 스포캔의 트럭 운전사 잭슨은 재판 내내 "아이가 우울증 치료제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아무도 자신을 믿지 않을 것 같아 시신을 묻었고, 실종신고를 했다는 그의 주장을 법원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진실의 실마리는 뜻밖의 부분에서 찾을 수 있었다. 바로 그의 어깨. 재판정에서 답변을 할 때마다 잭슨은 눈에 띄게 어깨를 으쓱댔다. 신간 '범죄 시그널'은 그의 행동을 이렇게 설명한다. "심리적으로 확신이 없다는 신호다. 대화나 언어 진술에서 모호하거나 불확실한 부분을 드러낸다." 결국 잭슨은 딸을 베개로 질식사시킨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았다.
때로는 말보다 몸짓이 더 많은 함의를 가진다. 이는 범죄 수사에도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인류학자이자 워싱턴주 스포캔의 비언어 연구센터 소장인 저자 데이비드 기븐스는 경찰, 판사와는 또 다른 렌즈로 범죄를 바라본다. 거의 모든 범죄엔 전조 신호가 있고 이를 미리 파악한다면 우리가 좀 더 안전해질 수도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이를테면 아이를 선제적으로 만지고 간지럽히는 사람은 성착취범일 가능성이 높다. 또 살해하기 전 스토커들은 불쑥 피해자의 집에 나타나 뜬금없는 선물을 하곤 한다.
유명인의 비언어적 행동은 때론 그 자체로 자백이 된다. 저자는 1998년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관계가 폭로되자 생방송으로 이를 부인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입술에 주목했다. 꾹 닫히고 말려들어 얇은 선이 된 그의 입술을 보고 스캔들이 진실임을 알았다는 게 그의 주장. 입술과 턱의 긴장은 정신적인 압박감을 생생히 반영하기 때문이다. "범죄자의 몸은 항상 범죄자를 배신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거짓을 말할 수는 있어도 몸짓까지 속이지는 못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