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에 난타당한 이주호... "3월 지시 이행 안 됐다면 대통령이 교육부 장관 잘라야"

입력
2023.06.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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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3월에 이미 지시' 두고 진실 공방
국민의힘 "민주당 말꼬투리 잡아 학생 불안하게 만들어" 반박
'나이스 불통'에 이주호 사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5개월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킬러 문항’(초고난도) 배제 지시로 뒤엉킨 교육현장의 혼란이 27일 국회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 지시의 진위를 물고 늘어지며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몰아붙인 반면,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가 방조한 사교육 문제를 부각하며 엄호에 나섰다.

'윤 대통령 3월 지시' 둘러싼 진실 공방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현안질의는 '윤 대통령이 3월 교육부에 킬러문항 배제를 지시했는지'를 둘러싼 진실공방으로 시작됐다. 사실이라면 이를 어기고 6월 모의고사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책임이 크지만, 아니라면 윤 대통령이 수능을 코앞에 두고 혼란을 자초한 셈이기 때문이다.

서동용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의 3월 지시가 문서화됐는지 추궁했다. 그렇다면 관련법에 따라 기록물로 관리해야 한다. 이에 이 장관은 “(기록이 남지 않은) 구두지시였다”고 답했다. 그러자 서 의원은 “(문서로) 등록도 안 된 지시사항을 위반했다고 국장을 자르느냐”며 “윤 대통령의 갑툭튀 발언으로 대혼란을 초래한 뒤 사과는커녕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하지만 이 장관도 "명예를 걸고 말씀드린다. 제가 분명히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고 국장에게 전달했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어 같은 당 유기홍 의원이 "3월 지시가 분명하다면, (이행하지 못한) 이 장관을 잘라야지 왜 교육과정평가원장을 잘랐느냐"고 파고들자 이 장관은 “국장에게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강력히 얘기했으나 6월 모의평가 때 반영되지 않아 경질한 것”이라고 응수했다.


킬러문항 기준, '윤 대통령은 입시전문가' 발언도 논란

교육부가 전날 밝힌 킬러문항 예시를 두고도 "기준이 대체 뭐냐"는 비판이 나왔다. 도종환 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문에 이 장관은 “기준이 따로 없다. 정답률이나 변별력 등 여러 지표 중 일부를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논의가 꼬리의 꼬리를 물 수 있다”고 답했다.

논란 수습과정에서 정부와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을 입시 전문가로 치켜세운 것을 두고도 말이 나왔다.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정부 여당에 간신들이 판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장관은 앞서 '윤 대통령이 입시 수사를 여러 번 해서 저도 많이 배웠다'고 했던 최근 발언과 관련해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장관으로서 배운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교육 전문가냐"(김남국 무소속 의원)는 추궁이 이어지자 이 장관은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국민의힘 "민주당 말꼬투리 잡아 학생 불안하게 만들어" 반박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사교육 부담 완화와 교육과정 내 수능 출제라는 대의를 도외시하고 정쟁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반격했다. 서병수 의원은 “일부 정치인들이 (대통령의) 말꼬투리를 잡아서 말을 비틀어 왜곡하면서 학부모와 학생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데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윤 대통령은 말로만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행동을 했다는 데 차이가 있다”고도 했다.

같은 당 김병욱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는 사교육비가 급증한 반면 학생들의 학력은 하락했다"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사태를 방치한 게 마음이 아프다”고 책임을 문 정부에 돌렸다. 이 장관은 “사교육 이권 카르텔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이것부터 풀기 시작해서 교육의 근본적 문제들을 풀어가겠다”고 화답했다.


'나이스 불통'에 이주호 사과

최근 개통한 4세대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작동 오류에 따른 학교 현장의 혼란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질타했다. 서동용 민주당 의원은 “교사가 시험문제를 유출하면 최고 파면까지 징계를 하는데, 이 엄청난 사태에 장관은 어떻게 책임지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이 장관은 “현장에 불편을 끼쳐서 죄송하다”며 “빠르게 문제를 먼저 해결한 뒤 책임 문제를 말씀드리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성택 기자
김민순 기자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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