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익숙한 젊은이들 "지역 떠받친 고마운 존재지만 일자리 경쟁 우려"

입력
2023.07.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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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쇼크가 온다: 3-② 한국 사회 전환의 조건]
젊을수록 외국인 접촉 많아져 거부감 적어
문화적 차이 따른 갈등 심화 가능성은 우려
"급격한 유입은 부담… 점진적 확대 바람직"
"체계적인 다문화 교육 통해 서로를 배워야"

편집자주

1970년 100만 명에 달했던 한 해 출생아가 2002년 40만 명대로 내려앉은 지 20여 년. 기성세대 반도 미치지 못하는 2002년생 이후 세대들이 20대가 되면서 교육, 군대, 지방도시 등 사회 전반이 인구 부족 충격에 휘청거리고 있다. 한국일보는 3부 12회에 걸쳐 '절반세대'의 도래로 인한 시스템 붕괴와 대응 방안을 조명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이유요? 외국인인 저를 보면서 한국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아주나무센터 교사 맨 데이비드(20)

지난달 20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이주민 지원시설 '아주나무센터'의 5~7세 반 교실. 이주민 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맨 데이비드(20)가 칠판에 '좋아하는 음식을 말해 보아요'라고 적자 아이들은 김치찌개, 삼겹살, 자장면 등 한국 음식을 대며 환하게 웃었다. 수업이 끝난 뒤 차려진 간식을 보자 "소떡소떡"을 외쳤다. 한국어는 아직 서툴지만 한국 식문화는 익숙한 모습이었다.

2016년 어머니의 권유로 고국인 카자흐스탄을 떠나 한국에 온 데이비드는 아이들의 나침반이 되려고 그들을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이 자신을 보며 '누구나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려는 취지다. 실제로 그는 누구보다 부지런히 한국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새벽 신문 배달을 시작으로, 오후에는 한국어 강사, 저녁에는 식당 일까지. '1일 3잡(하루에 3가지 일을 함)'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한국에서 '카페 사장님'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데이비드는 "가족을 위해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살고 싶고, 동생이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뒷바라지를 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 유입 긍정적 20대 41%, 30대 29%

데이비드 같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절반 쇼크'를 완화해 줄 대안으로 떠올랐다. 출생아 수가 2002년 50만 명 밑으로 내려간 뒤 매년 급감하면서, 외국인은 추락하는 경제성장률을 받쳐줄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통계청의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내·외국인 인구 전망'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 중 이주배경인구(귀화자+이민자 2세+외국인) 비중은 4.7%에서 2040년 8.6%로 증가한다. 이들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력이 점차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20대와 30대 시선은 엇갈린다. 한국일보가 창간 69주년을 맞아 한국리서치와 실시한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변화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2001~2004년생은 41.2%가 외국인 유입에 긍정적이라고 답한 반면, 1991~1994년생은 그 비율이 29%에 그쳤다. 성별 기준으로 보면 2001~2004년생 여성(43.6%)이 가장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1991~1994년생 여성은 부정적 의견이 56.5%로 높았다.

"외국인, 한국에 고마운 존재" vs "일자리 경쟁할까 걱정"

젊을수록 외국인 유입에 거부감이 적은 이유는 성장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외국인과 접촉한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본보가 절반세대(2001~2004년생) 20명(가명 처리)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외국인과 생활하는 게 익숙할수록 유입에 긍정적이었다. 서울의 한 대학에 다니는 송연정(20)씨는 "외국인과 과제 준비를 함께 한 적이 많은데, 그 나라 문화를 알게 돼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많은 안산에서 자란 권형민(19)씨는 "외국인이 없었다면 공단이 문을 닫고 지역 경제가 침체됐을 텐데 오히려 고마운 존재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미래의 부담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문화적 차이에 따른 갈등을 우려한 탓이다. 대학생 송우현(20)씨는 "한국이 유지한 문화를 건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이슬람 사원 건립도 한국 정서와 맞지 않다면 다시 생각해 볼 문제"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외국인과 일자리 경쟁이 벌어질까 불안해했다. 서울에 사는 강지연(19)씨는 "시간이 갈수록 일자리를 뺏기는 게 남 일이 아닐 것 같다"며 "서울 명동을 외국인이 점령하면서 한국인이 소외당하지 않았냐"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외국인 유입은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직장인 김경민(18)씨는 "외국인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돼있지 않은데, 급격히 유입되면 반발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외국인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나 공포심을 갖는 건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공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외면한 채 반감만 키우면 갈등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남에 사는 대학생 송윤지(23)씨는 "외국인 범죄를 우려하는데, 내국인 범죄 비율이 더 높다"고 일축했다. 송윤지씨는 조선족 혐오 정서에 대해 "집단으로 평가하지 말고 개인별로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호 이해, 한국인도 외국인도 다 노력해야"

절반세대는 외국인이 한국에서 가정을 꾸릴 정도로 정착할 수 있어야 내국인과의 갈등 우려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주권 문턱을 낮추고,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교육을 체계화하고, 차별적인 제도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권형민씨는 "외국인 유입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이들이 안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특정 지역이 미국의 할렘가처럼 변질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윤지씨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임금체불 문제가 심각한데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다문화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한국 사회에 젖어들 수 있도록 외국인은 물론이고 한국인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인 최연수(22)씨는 "알아서 배우라는 방식을 지양하고 외국인을 상대로 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며, 한국인도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오세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