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실패 후 행방이 묘연했던 예브게니 프리고진 러시아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이 26일(현지시간) 영상메시지를 통해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렸다. 이어 그는 이번 반란의 목적은 바그너그룹을 파괴하려는 일부 인사들을 향한 것이었을 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도력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기존 입장도 재반복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11분 가량의 영상메시지에서 "바그너그룹의 행진(반란)은 러시아의 지도력을 전복시키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바그너그룹의 반란 목표가 푸틴 대통령을 향한 쿠데타가 아니었음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프리고진은 이어 "이번 반란이 러시아 군 수뇌부를 겨냥한 시위였을 뿐"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바그너그룹을 파괴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비전문적인 군사 행동과 결정을 통해 엄청난 오류를 저지른 (러시아) 관리들을 비난하기 위해 행진했다"며 "우리는 (아군인) 러시아 군인들이 피를 흘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돌아섰다"고 말했다.
프리고진은 자신의 반란이 정당했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무도 국방부와 계약에 동의하지 않았고, 바그너그룹은 7월 1일 이후로 존재하지 않을 예정이었다"며 "오히려 우리의 행진으로 심각한 국가 안보 문제가 드러났다"고도 지적했다. 바그너그룹과 계약을 종료하려 했던 러시아군의 판단이 잘못된 것은 물론, 자신들의 반란으로 러시아군의 무능도 드러났다는 뜻이다.
다만 프리고진은 "우리는 공격 의사를 보이지 않았으나 미사일과 헬리콥터의 공격을 받았다"며 "그것이 방아쇠가 됐다. (대응 과정에서) 러시아 항공기를 공격해야만 했던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앞서 프리고진은 이틀 전인 지난 24일 오후 11시 러시아 남서부 로스토프나도누 지역에서 철수한 모습을 마지막으로 종적을 감췄다. 당시 그는 벨라루스로 향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벨라루스 등에서도 "그의 동선을 알지 못한다"고 말해 '암살설' '해외피신설' 등 수많은 추측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