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정환 아내 이혜원 "악플, 굳은살 박여도 아파요" (인터뷰)

입력
2023.06.27 08:00
23세에 안정환과 결혼한 미스코리아 이혜원
아내·엄마·사업가로 바쁘게 사는 근황
"SNS로 소통하며 위로받기도"

전 축구 국가대표에서 예능 대세로 변신한 안정환의 곁에는 미스코리아 출신 아내 이혜원이 있다. 두 사람은 1999년 8월 15일 의류 브랜드 촬영장에서 만났다. 이혜원이 미스코리아에 당선된 지 두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안정환은 첫눈에 이혜원에게 반했고, 적극적인 대시를 거쳐 연인으로 발전했다.

2년 뒤 이들은 결혼식을 올렸다. 이때 이혜원의 나이는 고작 23세였다. 어린 나이에 결혼해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둘은 지금까지 알콩달콩한 부부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들에겐 딸 리원 양과 아들 리환 군이 있다. 리원 양은 지난해 미국 명문대학교 중 하나인 뉴욕대학교에 합격해 화제가 됐다.

최근 본지와 만난 이혜원은 남편 안정환에 대해 "원래 예능감이 있고 웃긴다. 머리가 좋다"고 밝혔다. "재밌는 얘기를 기억했다가 방송에서 잘 하더라고요. 제 얘기도 기억했다가 자기 거처럼 하고요. 하하. 저는 오빠가 나오는 예능을 안 봤어요. 아는 얘기라서 재미가 없었거든요. 제가 다른 운동은 못 만나봤지만 축구선수들이 머리가 좋은 거 같아요."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연예 활동도 했던 이혜원은 결혼 후 가정생활에 충실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양한 방송활동의 기회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재밌는 게 있으면 할 생각이에요. 이젠 애들도 많이 컸으니까요. 리환이가 고등학생이라 중요한 시기긴 한데 그래도 많이 컸기 때문에 간헐적으로 방송을 할 수 있어요."

그는 최근 KBS2 '과학수사대 스모킹건'에 출연한 바 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다 보니 매회 촬영 때마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정말 이런 일이 있다고?' 하면서 배우기도 많이 배우고 그랬어요. 남편이 비슷한 방송을 하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남편이랑 앉아서 우리가 형사인가 싶을 정도로 범죄 얘기를 해요. 제가 원래 추리소설 같은 걸 좋아하기도 해서 섭외가 들어왔을 때 하겠다고 했죠."

이혜원은 녹화 당시 화가 나서 눈물이 났던 때를 회상하며 "아들이 엄마한테 한 얘길 읽어주는 장면이 있었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털어놨다. 아들 리환이와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 아들이 다정해요. '엄마를 지켜줄게. 나중에 같이 살자' 그런 말을 해요. 어버이날 이런 때도 누나랑 같이 나눠서 선물을 했는데, 이제 누나가 대학 가니까 혼자 해야 한다면서 용돈 5만 원 중에 3만 8천 원을 제 립스틱을 사는데 썼더라고요. 현재 중3으로 사춘기 절정이라 싸울 때도 있죠. 그래도 그런 한마디에 무너져요. 첫째는 좀 무뚝뚝하고 아빠 성향인데 둘째는 저랑 닮았어요. 마음도 더 여리고 눈물도 많아요."

평소 눈물이 많은 편이라는 그는 집에서 드라마를 보면서도 종종 운다고 고백했다. 감수성이 예민한 편이라고. 하지만 남편 안정환은 감성보다는 이성이 앞서는 스타일. 드라마를 보고 우는 이혜원을 보면 "(눈물) 닦어"라고 하는 타입이다. 그는 남편과 정반대의 성격을 털어놓으며 크게 웃었다.

이혜원은 약 2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SNS로 소통도 많이 하는 편이다. "SNS를 시작하고서 '사람들이 날 원하는구나' 하면서 용기를 갖게 됐어요. 제 또래분들에게 도움도 주지만 오히려 제가 도움을 받을 때도 많아요. 저도 사람인지라 힘들면 하소연도 하고 위로도 받거든요. 가끔은 친구들보다 SNS를 통해서 털어놓고 위로받기도 해요."

그러나 유명세를 타다 보니 간혹 달리는 악플 때문에 마음이 아픈 적도 많았다. "제가 금방 잊어버리는 성격이라 한 귀로 흘리긴 하는데, 욕먹어서 기분 좋은 사람이 어딨겠어요. 흔히 말하는 굳은살이 박여서 괜찮을 거 같아도 여전히 욕을 먹으면 아파요. 나이가 드니까 나아지긴 했어요. 대처법도 알았고요. 그런데도 욕먹으면 기분 좋진 않은데 남편이 예전엔 속상해하다가 이젠 '괜찮아'라고 해주니까 더 괜찮아지더라고요. 가까운 친구들도 '악플이 무플보다 낫다'고 하고요. 제 성격이 단순해요. 그것도 장점인 거 같아요."

이혜원은 평소 계획을 세워놓고 생활하는 편은 아니지만 올해는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아들이 고등학생이 된다는 게 그에겐 가장 큰 이슈다. 또한 남편 내조는 물론 사업에도 매진하고 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사업가로 활동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해외에 나가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시야가 넓어진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아무래도 보는 게 넓어지다 보니 사업 아이템이 보였어요. 제가 호기심이 많거든요. 독특한 게 있으면 수집하고 '언젠가 필요하겠지'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짐이 많았는데 다 도움이 되더라고요."

현재 화장품 회사와 건강식품 사업을 하고 있는 그는 "남편이 방송에서 살 빼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하게 됐는데 그때 제품을 만드는 중이었다. 6개월 이상 개발하고 있었는데 출연 제안이 들어왔고 타이밍이 맞았다"며 "남편이 두 달 만에 18kg 이상 뺐다. 다이어트를 하려면 식이조절과 운동을 동시에 해야 하는데, 그게 아마존에서 통했고 덕분에 사업이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혜원은 미스코리아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도 드러냈다. "'미스코리아 대회를 아직도 하고 있냐'는 댓글을 누가 썼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해외에서 세계의 미인이 나와서 미를 뽐내는데 한국 사람만 없으면 어떻겠느냐'고 질문을 했죠. 요즘 방탄소년단 등 아티스트들이 각자 자기 자리에서 한국을 알리고 있잖아요. 미스코리아도 한국을 알리고 한국의 미를 알리려고 뽑는 거니까 너무 안 좋은 시선으로 보지 말고 좀 더 예쁜 시선으로 보고 응원해 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다들 응원해 주시더라고요. 조금은 아끼고 보듬어 주는 마음이 생기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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