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기지가 있는 경북 성주를 찾아 참외 시식 행사에 참여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앞서 23일 서울 가락동농수산물시장 횟집을 찾아 공개 회식을 했다. 사드 전자파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먹방'으로 안전을 입증하겠다는 국민의힘 행보다.
원내대표를 지낸 4선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저지를 내건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윤재갑 의원에 이어 민주당에서 두 번째다. 과거 정치적으로 중요 국면에서 승부수를 띄울 때 동원하는 단식 카드를 민주당 의원들이 꺼내 든 것이다. 먹거리 불안에 빠진 국민들은 이런 여야 행태를 보며 “먹으라는 얘기야, 먹지 말라는 얘기야”라며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먹거리에 대한 공포는 과학적 지식을 통한 합리적 선택을 압도한다.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에서 경험한 바 있다. 그런데도 먹거리 불안감이 큰 국민을 앞에 두고 여야는 '먹방' 대 '단식'으로 대치하며 갈등과 불신만 증폭시키고 있다.
여야가 정공법을 알면서도 먹방과 단식에 의존한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대통령실과 정부가 한계에 부딪친다면 정치력을 발휘해 타개책을 찾는 게 여당의 역할이다. 지난 16일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를 향해 주변국 설득 노력을 촉구한 사실은 좋은 본보기다. 일본 정부를 옹호하는 듯한 정부 모습에 실망한 국민 신뢰를 되돌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괴담정치 프레임을 경계하는 민주당도 더 솔직해져야 한다. 22일 강원 강릉 주문진 수산시장을 찾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실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대응책이나 구제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맞는 얘기다. 여권이 미흡하다면 다수당인 민주당이 먼저 나서 대응책이나 구제책을 제시해야 한다. 여야가 진정 국민 불안을 걱정한다면 단식이나 먹방이 아닌 합리적 대안을 찾는 정치력을 발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