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허파’라 불리는 곶자왈을 체계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조례 개정 작업이 진통을 겪고 있다. 제주도가 제출한 조례 개정안이 제주도의회에서 심사 보류됐고, 환경단체들도 곶자왈 개발에 면죄부가 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제주도와 도의회 등에 따르면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지난 20일 도가 제출한 ‘제주도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 전부 개정안에 대해 심사 보류 결정을 내렸다. 해당 개정 조례안이 상위법령인 제주특별법과 관계 법령과의 저촉 여부 등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다.
곶자왈은 숲을 뜻하는 ‘곶’과 덤불을 뜻하는 ‘자왈’이 결합한 제주어로,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지질지형 위에 자연적인 고유 식생이 생성돼 형성된 지역을 말한다. 곶자왈은 빗물이 지하로 흘러들어 지하수를 생성하고 산소를 공급해 제주의 허파로 불린다. 곶자왈 보호를 위해 2014년 관련 조례가 제정됐지만 곶자왈 정의와 경계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논란이 지속되어 왔다. 이후 2019년 제주특별법 개정으로 곶자왈에 대한 정의가 마련됐다. 곶자왈 경계용역도 2015년부터 시작해 지난해 3월까지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 등으로 지정 고시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도는 지난 4월 곶자왈의 정의와 보호구역을 구체화하고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곶자왈 조례 전부 개정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이 조례 개정안은 곶자왈을 화산활동 중 분출한 용암류가 만들어낸 불규칙한 암괴지대로서 숲과 덤불 등 다양한 식생을 이루는 곳으로 곶자왈의 생성기원에 근거한 화산분화구에서 발원하여 연장성을 가진 암괴우세 용암류와 이를 포함한 동일 기원의 용암류 지역으로 정의했다. 또 식생 보전의 가치와 식생 상태 등에 따라 ‘보호지역’, ‘관리지역’, ‘원형훼손지역’으로 세분화했다. 하지만 상위법인 제주특별법은 곶자왈을 “제주도 화산활동 중 분출한 용암류가 만들어낸 불규칙한 암괴지대로서 숲과 덤불 등 다양한 식생을 이루는 곳”이라고 정의했다. 또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있는 지역’을 도 조례에 따라 ‘보호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에 환경도시위는 곶자왈을 보호지역, 관리지역, 원형훼손지역으로 구분한 개정안이 보호지역만 명시한 제주특별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법이 위임한 범위를 벗어나 향후 행위제한이 발생할 경우 법령 해석에 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용어를 상위법령(제주특별법)의 위임범위 내에서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신설된 토지매수청구권과 관련 곶자왈 매입 재원 부족으로 선별적으로 매입이 이뤄질 경우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도 “곶자왈 매수 청구 대상을 보호지역에 국한한다면 관리지역과 원형훼손지역에 대한 보전은 더 어려워진다”며 “실질적으로 훼손 위협에 직면한 곳은 관리지역과 원형훼손지역이기에 곶자왈 보전의 실효성은 그다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조례 개정안은 관리지역과 원형훼손지역은 보호하지 않아도 되는 곶자왈이라는 인식을 심어줘 무분별한 개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제주의 중요한 자연자산이 곶자왈을 체계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곶자왈 조례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며 “다만 상위법 저촉 여부 등은 내부적으로 심도있게 검토해 해당 조례 개정안이 도의회에 재상정될 경우 심사 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