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하면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많은 분들이 마음속에서 아이들이 보는 책이라고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하프앤보울을 통해 어른들에게 그림책을 추천드리면서 자주 언급했던 단골 멘트는 "그림책은 아이들만 보는 책이 아니에요"라는 말입니다.
그림책의 가장 큰 매력은 글은 짧지만 울림이 깊고, 그림을 감상하다 보면 영혼을 정화시켜 준다는 점입니다.
저에게는 손에 꼽히는 여러 인생 그림책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고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코리나 루이켄 작가님의 첫 그림책인 '아름다운 실수'를 소개하려 합니다. 책의 시작은 아이 얼굴을 그리는 장면부터 나옵니다. 눈을 그리는데 한쪽 눈을 크게 그리는 실수를 하게 되어 다른 한쪽 눈에 손을 댔더니 반대쪽보다 더 크게 그리는 실수를 하게 됩니다. 양쪽 눈이 너무 커져 부자연스러워 보여서 안경을 그려 보완을 합니다. 생각지 못한 실수로 인해 이렇게 계속 그리는 사람과의 뜻과는 다르게 흘러가지만 순간마다 떠오른 영감과 순발력으로 새로운 그림을 그려 나갑니다. 그렇게 그리다 보면 내 생각 속에서 나온 것보다 훨씬 더 멋지고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 탄생한다는 내용입니다.
보이나요?/이런저런 실수들이/아이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말이에요.
알겠나요?/그래요,/실수는 시작이기도 해요.
이 책을 만나게 된 건 책이 출간되었던 5년 전이었는데요. 저의 삶에서 2018년은 서점이란 공간에 대한 소망이 생긴 때였습니다. 그림책을 가지고 성인들이 모여서 '누구의 엄마, 아내'라는 타이틀 대신 독립적인 '나'로 '내 생각과 마음을 함께 소통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되어 서점을 꿈꾸게 됐습니다. '아름다운 실수' 또한 어른들과의 독서모임에서 나눌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많습니다.
제목에 나온 것처럼 '실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실수를 하고 나면, 대개 두 가지의 반응으로 나타납니다. 다음에는 실수하고 싶지 않아 상황 자체를 피하거나, 실수를 통해 나의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저도 삶을 살면서 실수에 대해 앞서 말한 두 가지 태도가 있었습니다. 철이 없을 때는 '실수'를 부끄럽게 생각하는 마음에 현실을 직면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세월이 흘러 실수의 긍정적 기능을 이해한 뒤에는 닥쳐 온 시련과 고난을 통해 '실수'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처럼 나의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는 것은 새로운 변화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이들 시선에서는 이 책을 어떻게 바라보고 느꼈는지에 대해 저의 큰아이가 4살 때 있었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실수'를 읽고 난 후 어느 날, 어떤 실수를 하고서 저를 쓱 보더니 미소 지으며 "엄마, 내가 아름다운 실수를 했네"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때 저의 첫 반응은 적합한 상황에 그림책의 글을 인용해서 자기의 말로 내뱉는다는 것에 '깜짝 놀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림책이 주는 엄청난 힘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언가를 말로 가르치는 것보다 자기 자신이 직접 보고 깨달은 것은 삶의 지혜로 축적된다는 것도요.
제가 말로 설명하지 않고 함께 그림책을 읽은 것만으로도 아이는 이러한 걸 느끼지 않았을까 싶어요. 실수는 잘못한 일이 아니라 다시 도전하라는 신호라는 것을요. 그래서 실수를 한다는 것은 두려움과 그 일을 잘해내야 한다는 강박보다는 마음의 풀어짐을 경험하고 툭 나온 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작고 사소한 경험들이 날마다 쌓이다 보면 아이에게는 엄청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다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그림책은 무조건적으로 교훈을 주는 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림책을 즐기는 방법은 그저 마음을 활짝 열어 감상한 후에 내가 느낀 생각을 혼자 간직해도 물론 좋지만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눌 때 풍성하게 누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