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년 미국 체류 일정을 마치고 24일 귀국했다. '이낙연'을 연호하는 지지자들 앞에서 그는 "지금 대한민국은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는 지경이 됐다”며 현실 정치를 비판했다. 이어 “제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말로 정치재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당장 다음 달부터 전국을 돌며 순회강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친이낙연계 의원들은 “총선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 민주당에서 받은 혜택의 보답”(김철민 의원)이라며 이 전 대표 역할에 잔뜩 기대감을 내비쳤다.
민주당은 22대 총선을 10개월 앞두고 이제 막 혁신에 시동을 걸었지만 '심리적 분당'에 직면해 있다. 혁신의 칼끝을 우려한 비명계 의원들은 견제를 시작했고, 향후 혁신 과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느슨한 친명계 의원들의 이탈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대표의 등장은 이재명 대표체제에 도전을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혁신은 뒷전으로 밀리고, 여론이 공감하기 어려운 이재명과 이낙연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하기 어렵게 된다.
더 우려되는 일은 팬덤 정치의 심화다. 민주당을 뒤흔들고 있는 이재명의 '개딸'에 이낙연의 '낙딸'이 맞붙는다면, 혁신은 고사하고 당은 내홍 이상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그러나 사실 이 전 대표 스스로 언급했듯 지금 민주당에 대한 그의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 지난해 당내 대선 경선 결과를 두고 일촉즉발 국면까지 갔던 양측 지지자들은 아직 감정의 앙금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전 대표 귀국을 환영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모인 지지자들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민주당 입장에서 내년 총선은 윤석열 정부를 견제할 능력이 있는 제1야당으로 거듭날 수 있느냐가 달린 중대 갈림길일 것이다.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이 전 대표 귀국 일성은 계파와 팬덤이 아닌 쇄신에 찍혀야 할 것이다. 이는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