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장기결석 '위기아동'··· 공적보호 시스템 강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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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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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장기 미인정 결석 학생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유치원·초·중·특수학교 학생 6,871명 중 59명에게서 이상 징후가 발견돼 아동학대 수사를 의뢰했다. 학대 정황은 없지만 도움이 필요한 위기학생을 찾아 지원한 사례도 1,943건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 8년간 병원 출생기록이 있는데도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가 2,236명에 달한다는 감사원 조사에 이어, 심각한 아동·청소년 복지 사각지대가 참담할 뿐이다.

정부가 아동학대를 의심한 59명의 이상 징후 사례 중, 20건에서 실제 학대 범죄 정황이 나타나 검경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전수조사를 실시해 범죄 혐의를 포착한 것은 천만다행이다.

아울러 범죄 확인 건수만이 중요한 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가출이나 비인가 교육시설에서 공부(홈스쿨링 포함)하느라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미인정 결석인데, 이런 아동·청소년은 공적 관리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번 조사는 올해 3월 중 특별한 이유 없이 7일 이상 학교에 나오지 않은 경우로 한정했는데도 7,000명가량에 이르렀다. 위기 상황이 감지돼 교육·심리·복지 서비스를 연계한 사례가 1,943건, 이 중 심리·정서 지원이 1,475건에 달했다. 그동안 얼마나 방치돼 있었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수조사는 올해 2월 학교에 장기간 결석 중이던 인천 초등학생이 부모에게 학대당해 숨졌던 비극이 발생한 후 실시됐다. 만시지탄이지만 전수조사를 매년 2회씩 정기적으로 실시한다고 하니, 촘촘한 공적 보호 시스템이 정착되길 바란다.

성인과 달리 예방접종·보육·취학 여부를 관리하는 영유아·아동·청소년은 비교적 쉽게 위기 신호를 포착할 수 있다. 예방접종을 실시하지 않고, 입학을 하지 않고, 무단결석을 하는 아동은 그 자체로 도움을 호소하는 신호이다. 이들을 모두 만나서 확인하고 돌보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는 각오로, 정부는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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