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없이 교도소 들락날락 소년범… 결국 '부산 돌려차기' 범행까지

입력
2023.06.24 18:00
소년범 때부터 최근까지 11년 복역 
20대 시절 대부분 수감 생활로 보내
강도·폭행 등 이어가다 강간살인미수
수감 후 보복 다짐에 반성 전혀 없어
1심보다 8년 더 늘어 징역 20년 선고

편집자주

끝난 것 같지만 끝나지 않은 사건이 있습니다. 한국일보 기자들이 사건의 이면과 뒷얘기를 '사건 플러스'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지난해 10월 열린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30대 남성은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그의 반성문에는 ‘저와 비슷한 묻지마 범죄의 죄명과 형량이 제각각인데 왜 저는 이리 많은 징역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전과가 많다는 이유라면 저는 그에 맞는 형 집행을 다했다’ ‘상해가 아닌 살인미수가 된 이유를 모르겠고, 살인미수 형량 12년은 너무하다’ ‘피해자 분은 회복되고 있다. 피해자라는 이유로 진단서, 소견서, 탄원서를 다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냐’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반성보다는 억울하다는 말이 가득했다.

그는 12일 부산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추가 혐의가 드러나면서 형량이 늘어나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부산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발로 차는 등 무차별 폭행한 뒤 성폭행을 시도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범행을 저지른 A(31)씨 이야기다. A씨는 항소심 선고에도 불복해 지난 19일 대법원 판단을 받겠다며 상고했다. 다만 검찰은 상고하지 않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항소심에서 공소사실이 전부 유죄가 됐고, 양형 부당을 이유로는 상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성 없이 이어진 범죄 행각

경찰과 판결문 등에 따르면, A씨는 소년범 시절부터 최근까지 모두 11년이 넘는 형을 복역하면서 20대 시절 대부분을 감옥에서 보냈다. A씨는 만 14세부터 1년 사이에 6차례 범죄를 지절러 소년원에 보내졌다.

만 16세가 되던 2009년 1월 보호처분을 마치고 소년원을 나왔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다른 10대들과 어울려 다니며 취객과 학생 등을 대상으로 음료수 병 등으로 위협하거나 폭행하며 강도 행각을 벌였다. 훔친 오토바이를 타고 ‘날치기’ 범행도 수차례 저질렀다. 소년원에서 나온 지 한두 달 사이에 모두 30차례에 달하는 범행이 이어졌다.

2009년 3월 구속된 그는 강도상해, 특수강도, 특수절도, 특수절도미수, 공동상해, 공동공갈, 무면허운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징역 장기 3년 6개월, 단기 3년 및 벌금 20만 원을 선고받았다. 2012년 9월 출소했지만 또래들과 조직적으로 조건만남을 미끼로 남성들을 유인해 금품을 뺏고 폭행하다 재차 구속돼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9년 3월 출소했지만 변한 게 없었다. 8개월 만에 중고사이트에 가방을 판다고 알린 뒤 돈만 챙기는 사기 범죄에 폭행과 절도 등을 반복하다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결국 강간살인미수 범행까지 저질러

교도소를 들락날락하던 A씨는 지난해 3월 3일 출소했다. 그리고 80여 일 만인 5월 22일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사건 발생 당일 오전 4시 50분쯤 A씨는 혼자 걷고 있는 여성 B씨를 발견했다. 눈치채지 못하도록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10분 정도 B씨를 뒤쫓아갔다. 이런 상황을 전혀 몰랐던 여성은 오피스텔 건물 내부 1층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A씨는 여성의 뒷머리 부분을 발로 돌려 차는 방법으로 가격했다.

피해 여성은 마른 체격에 키가 크지 않았지만, A씨는 키 172㎝에 체중 88㎏가량으로 건장했다. 판결문에는 “신체적 차이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의도적 공격 행위 자체가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걸 누구라도 인식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A씨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여성은 벽에 머리를 세게 부딪힌 후 바닥에 쓰러지면서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하지만 A씨는 발로 4번이나 여성의 머리를 밟았다. 피해 여성은 머리를 감싸던 손을 늘어뜨리며 의식을 잃고 말았다. 검찰은 공소장에 “A씨는 피해 여성이 의식을 잃은 것을 확인했음에도 1회 더 피해 여성을 발로 세게 밟았다”고 적었다.

A씨는 의식을 잃은 여성을 어깨에 메고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인 건물 1층 복도 구석으로 이동해 입간판 뒤쪽의 가려진 공간에 피해 여성을 눕혔다. 이어 여성이 입고 있던 청바지 버튼과 지퍼를 풀고 바지와 속옷을 벗겨 내렸다. 그때 엘리베이터 소리 등 인기척을 느낀 A씨는 ‘범행이 발각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등으로 피해 여성을 그대로 둔 채 현장에서 달아났다.

그는 언론과 포털사이트에서 사건이 알려지지도 않았는데 ‘서면폭행’ ‘실시간 부전동사건’ 등을 검색하거나 ‘머리 과다 출혈 사망’ ‘살인사건 수사 과정’ ‘살인미수’ 등을 찾아봤다. A씨는 사건 발생 사흘 만에 부산의 한 모텔에 숨어 있다가 CCTV 분석과 정보원 등을 통해 추적에 나선 경찰에 붙잡혔다.


반성이나 사죄 없이 보복 다짐

항소심 재판부인 부산고법 형사 2-1부(부장 최환)는 12일 열린 A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1심보다 8년 늘어난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피해 여성의 옷과 몸 곳곳에서 A씨의 DNA가 검출되는 등 성폭행 증거가 추가로 드러나면서 강간살인미수 혐의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자신을 욕하는 환청을 들었다, 피해자가 여성인 줄 몰랐다, 술에 취해 정신이 없었다 등 납득할 수 없는 이유와 함께 불리한 사실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했다”며 “수감 후에도 보복 의지를 드러내고, 사건 관계자들에게 강한 적의를 표출하는 등 잘못을 전혀 뉘우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동료 수감자들은 A씨가 피해자와 그 가족, 자신의 전 여자친구 등에 대한 보복 의지를 드러내고 그들에게 잘못을 돌리는 모습을 보이자 이 같은 내용을 제보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며 강력한 처벌을 지속적으로 탄원하고 있는 데다 피고인에게 법을 준수하려는 기본적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범죄에 대한 합당한 응보와 책임 정도에 상응하는 엄정한 형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장기간 수형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재범 위험성 및 과도한 공격적 특성과 행동통제 능력 결여, 반사회적 특성이 나타난다” 덧붙였다.

부산= 권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