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노동위원장인 김형동 의원이 최근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안(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근로계약 내용이 다르다는 이유’ 즉,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임금차별을 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다. 비정규직 차별을 한 번에 타파할 것 같은 법안 명칭에 설레는 노동자도 있겠으나, 내용을 뜯어보고 그 기대는 푹 꺼지고 만다.
□ 우선 법안은 동일가치노동의 기준을 사용자가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근로자 대표의 의견은 청취만 하면 된다. 비정규직을 쓰는 이유는 임금 등에서 차별할 수 있기 때문인데, 사용자가 차별의 기준을 정하면 공정한 기준이 될까. 대법원 판례는 동종·유사업무를 판단할 때,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 등에 명시된 업무 내용이 아니라 근로자가 실제 수행해 온 주된 업무의 본질적 차이가 없으면 인정한다. 업무 범위·책임·권한 등에 다소 차이가 있어도 된다. 법안 내용은 대법원 판례보다 뒤처져 있다.
□ 사내하청·파견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도 이 법안 적용 대상이다. 임금차별을 목적으로 사용자에 의해 설립된 별개의 사업은 동일한 사업으로 보고, 파견 근로자도 동일한 사업 내의 근로자로 본다고 돼 있다. 하지만 ‘임금차별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업’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기준이 없다. 무엇보다 이번 법안에는 처벌조항이 없어서, 안 지켜도 그만이다.
□ 사실 파견법에는 이미 ‘동일노동 동일임금’ 조항이 있다. 파견법 21조는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에 비해 파견근로자를 차별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위의 대법원 판례도 이 조항을 해석하면서 나왔다. 차별적 처우를 받으면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하면 된다. 하지만 노동위 신청이나 소송을 통해 차별을 시정받는 파견 노동자는 미미하다. 특정 종류의 업무만 딱 떼어서 비정규직을 쓴다면,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언제나 피해갈 수 있다. 더 고되고, 더 위험한 업무를 시키고도 비정규직에게 임금을 덜 주는 이 사회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규정을 어떻게든 피해갈 만큼 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