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원숭이 고문 영상' 제작·판매한 국제 조직..."구매자 1000명 이상"

입력
2023.06.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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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방송, 원숭이 고문 네트워크 잠입 취재
미국·유럽인이 고문 주문, 인니서 영상 촬영
각국 경찰, 주요 용의자 20명 수사에 나서

미국인 마이크 매카트니(48)는 2021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의 비밀 초대 메시지를 받았다. 발신자는 유튜브의 '원숭이 괴롭힘 영상'의 댓글란에서 대화를 나누다 알게 된 인물이었다.

텔레그램 비밀 채팅방의 이름은 '유인원의 우리'(Ape's Cage). 매카트니가 방에 입장하자 400여 명의 구성원들은 "망치, 드라이버, 철제 집게 중 무엇을 원하냐"고 물었다. 원숭이를 고문할 도구를 결정하는 투표가 진행 중이었던 것이다.

고문 도구가 정해지자 '미스터 유인원'(Mr. Ape)이라는 방 개설자가 인도네시아에 있는 인물에게 연락했다. 얼마 뒤 끔찍하게 고문당하는 '미니'(Mini)라는 이름의 아기 원숭이 영상이 채팅방에 공유됐다. 영상 하나당 가격은 200달러(25만6,280원)였고, 영상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매카트니는 미니 고문 영상에 대해 "지금까지 살면서 본 가장 기괴한 영상이었다"고 떠올렸다. 채팅방 구성원들의 악행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미니만 괴롭히는 것에 싫증을 느낀 이들은 다른 어린 원숭이 6마리를 추가 구매했고 원숭이들을 잔혹하게 고문하는 영상을 제작했다.

여행객을 납치한 뒤 부자들이 돈을 내고 고문하게 해 준다는 내용의 공포 영화 '호스텔'과 텔레그램에서 여성들을 성착취하는 장면을 유료로 공유한 'N번방 사건'을 합친 듯한 사건이 현실에서 벌어진 것이다.


세계 곳곳의 원숭이 고문 조직… 일부 용의자 체포

매카트니는 지난해 영국 BBC방송에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BBC는 1년 동안 원숭이 고문 조직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한 잠복 취재를 한 끝에 19일(현지시간) 보도를 냈다.

원숭이 고문을 지시하고 영상을 제작해 유포한 조직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활동은 '유인원의 우리'처럼 비밀이 보장되는 텔레그램에서 이뤄졌으며, 가장 큰 조직은 회원이 1,000명에 달했다. 영상을 구매하고 공유한 회원들은 주로 미국, 호주와 유럽 국가 출신이었고 고문 영상이 촬영된 장소는 원숭이 서식지가 많은 인도네시아였다.

각국 경찰은 BBC 취재에 기반해 20명의 주요 용의자 검거에 나섰다. 영국 경찰은 조직에서 활동한 3명의 신병을 확보했고 인도네시아 경찰은 영상을 제작자 2명을 체포했다.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유인원의 우리'에서 활동한 앨라배마주(州) 출신 스테이시 스토리를 최근 붙잡았다.

압수된 스토리의 휴대폰에는 원숭이 고문 영상 100여 개와 영상 제작 비용 지불 기록이 남아있었다. 기소된다면 스토리는 동물 고문 영상 배포 혐의 등으로 최대 징역 7년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원숭이 고문 조직 수사를 담당하는 폴 월퍼트 DHS 요원은 "법 집행 기관의 모든 사람들이 이들 범죄의 본질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며 "원숭이 고문 영상을 구입하거나 배포하는 데 관련된 사람들은 '수사기관이 어느 시점에 당신의 집 문을 두드릴 것이며 당신은 그것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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