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한일관계, 보편가치 되살린 윤석열 정부 1년

입력
2023.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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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탄 직전 한일·한미관계 인수한 윤 정부
워싱턴선언과 출연금 합의로 정상화 시동
민주·인권·법치주의의 국가정체성 재정립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에 대한 여야의 평가는 판이하게 엇갈렸다. 여당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한 반면, 야당은 '민주주의 퇴행'과 '총체적 위기'를 주장했다. 그러나 벼랑 끝으로 향하던 한·미, 한·일 관계를 1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정상화시킨 점은 야당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즉, 외교·안보 분야만큼은 분명 윤석열 정부의 주요 성과로 꼽기에 충분하다.

지난 1년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2022년 5월 윤 대통령이 어떤 상황에서 취임을 했는지 정확하게 기억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가 재량껏 정책을 펼쳐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한미동맹은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정도로 위험했고, 한일관계는 단교 수준에 직면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재임 5년 동안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화해·협력에 집착한 나머지 70년에 걸친 한미동맹을 거의 탈동조화(decoupling) 직전까지 몰고 갔다. 주한미군 분담금, 전작권 전환, 한미 연합사 재배치, 사드 배치 등의 불협화음으로 동맹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로 전락한 것이다.

상황이 안 좋기로는 윤 대통령이 물려받은 한일관계가 더 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파기했고,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에 대한 한국 법원의 판결을 지지했다. 후자의 경우 무역 전쟁, 2018년 해군 레이더 록 사건, 2019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중단으로 이어졌다.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한국의 외교 노선 정상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 회복을 결정한 것이다.

미국과의 신뢰회복 중심에는 이른바 '워싱턴 선언'이 있다. 한미 양국 정상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연합방위태세에 대한 양국의 공약을 가능한 가장 강력한 말로 확인했다. 이 선언의 핵심은 미국이 확장억제력을 강화하고, 핵 및 전략계획을 논의하며, 북한이 제기하는 비확산 체제에 대한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핵협의체(NCG)를 신설하기로 한 데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이 확장억제 개념을 최초로 서면 보증한 점은 의미가 크다.

물론 워싱턴 선언이 북한의 핵 위협을 해소하기 위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핵 옵션을 포함한 플랜B와 플랜C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한일관계도 정상화에 가까워지고 있다. 한일 양국 정상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조약의 혜택을 받은 우리 기업들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금을 출연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매듭짓기로 합의했다. 반대론자들도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대법원의 피해자 보상 결정을 존중하면서 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택한 것이다.

역사인식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을 초월한 윤 대통령의 대일정책이 갖는 전략적 의미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북한의 핵 위협과 중국의 패권·팽창주의에 맞서는 한미일 안보공조의 제도화다. 둘째, '피해자 심리'에 갇힌 국민정서를 'G8'에 걸맞은 국민의식으로 탈바꿈하는 과감한 시도이다. 셋째, 세계 10대 경제·군사 강국이 된 한국의 새로운 위상을 한일관계는 물론 대외관계 전반에 반영하는 것이다.

또한 지난 1년간 중국, 러시아, 북한과 같은 독재 전체주의 국가들과의 관계에는 분명한 선을 긋고, 자유세계의 핵심 중추국가로 재도약한 점도 높이 살 만하다. 윤 대통령의 첫해 가장 큰 성과는 결국 민주주의, 인권, 법치주의와 같은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국가로서 한국의 정체성을 재정립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출범 1년,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는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이정훈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