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10배 증가… 호르몬을 과다 분비하게 만드는 이 질환?

입력
2023.06.19 18:24
부신 종양, 복부 영상 검사한 5~7%에서 발견

부신(副腎ㆍadrenal gland)은 좌우 콩팥 위 납작한 삼각형 모양 기관으로, 다양한 호르몬을 분비한다. 영상 검사가 늘면서 ‘부신 종양(adrenal tumor)’이 크게 늘었다.

부신 종양이 생기면 호르몬이 과다 분비될 수 있지만 증상이 거의 없어 다른 영상 검사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부신 우연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조윤영 순천향대 부천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부신 종양은 영상 검사 발달로 지난 20년간 유병률이 10배가량 증가했다”며 “복부 영상 검사를 시행한 환자의 5~7%에게서 발견되고 있다”고 했다.

부신 종양은 호르몬 분비가 정상으로 나타나 특별한 증상이 없는 비기능성 종양과 호르몬을 과잉 분비하는 기능성 종양으로 나뉜다.

부신 종양의 75%는 비기능성 종양, 25%는 치료가 필요한 기능성 종양이거나 악성 종양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부신 종양이 발견되면 소변 및 혈액검사로 호르몬 분비 상태를 알아낸다. 필요하면 영상 검사를 추가로 받아 악성과 기능성 종양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기능성 부신 종양은 과잉 분비 호르몬 종류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일으킨다. 대표적으로 쿠싱증후군ㆍ갈색세포종ㆍ고알도스테론혈증이 있다.

쿠싱증후군은 코르티코이드 호르몬 분비가 크게 늘어났을 때 진단되며, 지속적인 체중 증가와 복부 비만, 복부 피부에 보라색 선조, 둥근 얼굴(월상안) 등 외형 변화가 생긴다. 또한 고혈압ㆍ고혈당ㆍ골절ㆍ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합병증이 생긴다.

갈색세포종은 교감신경 물질이 과다 분비가 일어나는 부신 종양으로, 두근거림ㆍ빈맥(頻脈)ㆍ일어설 때 어지러움ㆍ고혈압과 맥압 상승ㆍ두통 등 교감신경이 항진됐을 때와 비슷한 증상이 생긴다.

고알도스테론혈증은 수분과 전해질 균형을 조절하는 알도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 상태로,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과 심하면 저칼륨혈증에 의한 근육 마비가 생길 수 있다.

부신 종양의 8% 정도는 악성 종양으로 알려져 있다. 악성 종양 대부분은 부신 이외의 장기에서 발생한 암이 부신으로 전이된 전이성 부신암으로, 부신에서 1차적으로 발생한 원발성 부신암은 전체 부신 종양의 0.3%로 매우 드물다. 원발성 부신암은 예후(치료 경과)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신 종양 발생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늘어난다. 갈색세포종과 1차성 부신암 등 일부 부신 종양은 유전자 변이와 관련돼 다른 장기 종양과 함께 다발성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갈색세포종은 많게는 70%까지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며, 70% 중 40%는 생식세포 돌연변이고, 30%는 체성세포 돌연변이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갈색세포종으로 진단되면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하며, 관련 변이가 발견되면 직계 가족도 유전자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부신 종양 진단은 크게 호르몬 검사와 영상 검사로 나뉜다. 호르몬 검사는 호르몬 분비 상태를 24시간 소변검사와 공복 혈액검사로 확인한다. 영상 검사로는 부신 조영 증강 컴퓨터단층촬영(CT)이 가장 좋으며 영상 검사로 악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부신 종양이 비기능성 양성 종양이라면 특별히 치료할 필요가 없고 1년마다 영상 검사와 호르몬 검사로 변화를 추적한다.

쿠싱증후군이나 갈색세포종과 같은 기능성 종양이라면 부신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적 치료가 1차적으로 고려된다. 쿠싱증후군은 수술 후 수개월 이상 글루코코르티코이드 보충이 필요할 때가 많다. 갈색세포종도 수술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지만, 17% 정도에서 진단 시 혹은 추적 중 전이 병소가 발견되는 악성 갈색세포종으로 진단되므로 수술 후에도 평생 추적해야 한다.

고알도스테론혈증은 부신 증식성 병소에서 발견될 때가 많아 양측 부신에서 호르몬 과잉 분비가 확인되면 알도스테론 작용을 억제하는 약물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한다.

조윤영 교수는 “기능성 부신 종양을 치료하지 않으면 고혈압ㆍ당뇨병ㆍ골절ㆍ심혈관 질환이 늘어나고, 미국 메이요클리닉 보고에 따르면 사망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54건의 부검 사례 중 55%에서 진단되지 않은 갈색세포종이 사망 원인으로 추정돼 드물지만 갈색세포종으로 돌연사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조 교수는 “부신 종양은 대부분 비기능성 양성 종양이지만 기능성 종양을 놓치면 심혈관 합병증이 증가하므로 한 번 정도 호르몬 검사를 통해 호르몬 분비가 적절한지 확인해야 한다”며 “갑자기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이나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체중 증가가 생기면 부신 호르몬 과잉 분비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