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 없이 변별력 어떻게… 혼선 없게 출제 방향 명확해야

입력
2023.06.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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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과 정부가 19일 당정 협의회를 열고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출제를 배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킬러문항이 시험 변별력을 높이는 쉬운 방법이지만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근본 원인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는 것이다.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출제를 배제하는 대신 적정 난이도 확보 방안으로 출제기법 고도화를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정한 수능’ 지시가 ‘물수능’ 논란으로 번지자 부랴부랴 수습에 나선 것이다.

이날 당정이 내놓은 방향성 자체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입시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은 공정성 못지않게 중요하다. 불과 5개월도 남지 않은 수능의 출제 방향을 두고 대통령에 이어 여당까지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이 커지는 건 당연하다.

정작 담당 부처인 교육부는 명쾌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우왕좌왕이다. 전날 한 방송사가 이달 내 당국이 수능 방향을 발표한다고 보도하자 교육부는 이날 “수능 방향에 대한 별도 발표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3월 28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원칙(고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춰 출제)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지시 직후 교육부 담당 국장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평가원 원장 사임과 감사 진행까지 하는 마당에 수능 출제 기조가 변함이 없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게다가 당정이 킬러문항 없이도 변별력을 유지하는 방안으로 ‘출제기법 고도화’를 내세웠지만, 그렇게 쉬운 일이었다면 난도 조절 실패 논란이 번번이 되풀이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이 가리키는 방향은 ‘쉬운 수능’이라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수능 난도 조절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다. 지금의 혼란을 수습하려면 창구를 일원화해 교육부가 서둘러 매듭을 지어야 한다. 혼란이 극에 달했는데 "발표가 없다"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