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어제 취임 100일을 맞았다. 김 대표는 당대표 중징계 사태와 가처분 비대위 체제로 장기간 내홍을 겪던 집권당을 안정시켰다. 반면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대통령실과의 ‘당정일체’에 열중해 존재감이 미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정운영의 축으로서 여당이 정책과 정무에서 독자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주문도 반복된다.
김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총선 때 '당헌·당규에 의한 시스템공천'과 '사심개입 배제'로 능력 중심의 민심공천을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여당이 총선 공천리스트를 하명받는 위치로 전락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내부불안 달래기로 읽힌다.
실제로 100일간 김기현호 국민의힘은 무기력했다. 당내 경선 때 내세운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정치’와는 거리가 먼 친윤 일색 지도부를 갖추고 대통령 의중에 철저히 맞추는 행보를 보였다. 출발부터 김재원·태영호 설화가 터지는가 하면, 대통령실이 띄우는 노조·시민단체 비리 척결, 한미일 외교공조 강화 등에 전위대로 나서는 역할에 충실했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역시 민심의 불안을 대변해 정부의 대일협상 폭을 넓혀주긴커녕 ‘가짜뉴스·괴담 척결’ 등 여야 정쟁 수준에 머문 건 집권당으로서 아쉬운 대목이다.
김 대표가 대학생들이 1,000원만 내면 아침을 먹도록 ‘천원의 아침밥’ 정책을 확대한 건 대표적 성과다. 이에 그치지 않고 심기일전해 민의를 용산에 가감 없이 전달하며 당의 활력을 되살리길 기대한다.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인사검증 등 대통령이 꺼릴 과감한 쓴소리도 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위기 극복과 민생안정을 위해선 당정 소통뿐 아니라 다수 야당과의 적극적 협의로 입법부 벽을 돌파해야 한다. 그러려면 대통령실과 야당 사이에서 어떻게든 협치의 공간을 만들어낼 필요가 크다. 여당이 제 기능을 못하면 대통령과 야당이 직접 충돌하는 극한의 정치를 벗어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