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다니거나 사업을 하지 않고 벌 수 있는 ‘제2의 월급’이 있습니다. 저축이나 투자에 따른 이자와 배당소득인데요. 특히 지난해 금리가 빠르게, 많이 뛰었을 때 목돈이 생기면 은행부터 달려가곤 했잖아요. 연 4~5%, 높게는 7%대 예·적금에 발 빠르게 가입한 분이 많았어요.
이자나 배당에도 당연히 ‘세금’이 붙습니다. 통상은 만기에 15.4%가 공제되는데, 2,000만 원을 넘어가면 세율이 껑충 뛰고 건강보험료까지 더 내야 해요. 금리가 2% 수준일 땐 10억 원을 예금해야 2,000만 원 이자를 받지만, 연 5% 금리라면 4억 원만 예금해도 받는 금액이잖아요. 일부 고액 자산가의 푸념으로만 볼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절세’에 특화한 금융상품들을 미리미리 챙겨서 활용해야 합니다. 세금이 줄면 이자나 배당을 더 받는 셈이니 실질적인 수익률도 더 높아지겠죠? 제2의 월급, 금융소득을 지키고 늘려줄 똑똑한 상품을 정리해 봤습니다.
금융상품의 세금 혜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세금을 안 내거나(비과세) △적게 내거나(분리과세) △깎아 주는(소득공제·세액공제) 것. 세금을 떼지 않는 비과세 저축상품부터 찾아볼까요? 일단 집 근처 가까운 농업협동조합이나 수산업협동조합,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 지점을 둘러보세요. 조합원(회원)이 되면 예적금 상품이나 출자금통장 이용 때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거든요.
조세특례제한법 제89조의3 제1항은 '농민·어민 및 그 밖에 상호 유대를 가진 거주자를 조합원·회원 등으로 하는 조합 등에 대한 예탁금은 1명당 3,000만 원에 한해 2025년 12월 31일까지 발생한 이자소득을 비과세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조합원 신분으로 예적금 상품에 가입하면 3,000만 원까지 이자소득세 14%가 면제돼, 농어촌특별세 1.4%만 내면 되는 겁니다. 연 5% 금리로 3,000만 원을 1년간 예치한다면 시중은행에선 세금 23만1,000원을 제외한 3,126만9,000원을 돌려받지만, 신협이나 새마을금고에선 3,147만9,000원으로 이자를 21만 원 더 받을 수 있어 이득이죠.
대신 출자금을 내야 해요. 100원부터 10만 원까지 각 조합(지역금고) 지점마다 최소 금액이 다르니 미리 비교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출자금에도 혜택이 있어요. 바로 ‘세금 없는’ 배당소득. 상호금융 출자금은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1,000만 원까지 배당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답니다. 지난해 기준 새마을금고 배당률(출자금 대비 배당금)은 4.92%, 전국 신협은 평균 4%대 초반으로 적금금리 못지않게 쏠쏠했어요.
단, 경영 상태가 나쁜 곳이라면 내 출자금이 조합의 채무 변제에 사용될 수 있어 손실 가능성이 있어요. 탈퇴하더라도 이듬해 초 열리는 총회 이후에 환급이 이뤄진다는 점도 주의해야 합니다.
시중은행에서도 비과세 혜택을 누리며 목돈을 만들 수 있습니다. 19~34세라면 이제 막 출시한 ‘청년도약계좌’를 눈여겨보면 좋을 것 같아요. 청년들의 중장기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상품인데, 매월 70만 원 한도 내에서 5년간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어요. 여기에 정부기여금이 월 최대 2만4,000원 붙고, 연 6% 금리를 적용해 만기 때 5,000만 원을 수령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이미 은행 정기적금 평균금리(4월 신규취급액 기준 세후 3.04%)보다 유리한 조건이죠. 그런데 비과세 혜택까지 고려하면 금리 이점이 더 커진답니다. 발생 이자에 대해 소득세와 농어촌특별세 15.4%를 전부 깎아주거든요. 연봉 2,400만 원 이하 청년은 연 7.68~8.86%, 연봉 6,000만 원 이하라면 연 6.86~8.05%의 일반적금(과세상품)에 가입한 것과 동일한 금리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금융위원회 설명입니다.
단, 나이 외 기본적인 가입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우선 총급여 7,500만 원 이하(6,000~7,500만 원은 정부기여금 없이 비과세만 적용)면서 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여야 대상이 됩니다. 직전 3개년 중 한 번이라도 2,000만 원 넘는 금융소득을 벌었다면 가입할 수 없어요.
65세 이상은 비과세 종합저축을 활용하세요. 원금 기준 최대 5,000만 원까지는 세금 15.4%를 내지 않아도 되거든요. 다만 이건 특정 금융상품이 있는 게 아니라 본인에게 주어진 비과세 한도를 각종 금융상품 가입 시 소진하는 개념이에요.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여러 개 통장을 운용할 수 있다는 뜻이죠. 돈을 묶어둬야 하는 정기 예적금뿐 아니라 생활비를 수시로 입출금하는 통장도 비과세종합저축으로 개설해 절세 효과를 누릴수 있어요. 청년도약계좌와 마찬가지로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 원을 넘으면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 잊지 마세요.
‘만능 절세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가입하면 투자와 절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습니다. ISA는 하나의 계좌로 펀드와 주식, 예적금, 상장지수펀드(ETF),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운용할 수 있는 상품이에요. 국내에 거주하는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은행과 증권사에서 한 계좌씩 개설할 수 있는데, 3년 이상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고 최대 2년까지 연장이 가능합니다. 납입 한도는 연간 2,000만 원씩 5년간 최대 1억 원이고, 다음 해로 이월도 가능해요.
ISA는 절세 혜택 때문에 특히 인기가 높은데요. 이 계좌 안에서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①투자기간 중 발생한 금융소득과 투자손실을 상계한 후 ②200만 원(서민형은 400만 원)까지 비과세, ③이를 초과한 소득에 대해선 9.9%로 분리과세합니다.
중국펀드에 투자해 1,000만 원의 이익을 보고, 국내주식에 투자해 500만 원의 손실을 본 투자자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일반 계좌로 투자했다면 1,000만 원에 대해 최소 15.4%, 154만 원 세금을 내야겠죠. 하지만 ISA로 투자하면 최종 손익 500만 원 중 200만 원은 제하고, 300만 원에만 분리과세돼 약 30만 원만 세금으로 납부하면 됩니다. 124만 원이나 아낄 수 있는 거죠. 이게 끝이 아니에요. 5년 꽉 채워 만기에 도달한 ISA 자금을 연금 계좌로 전환하면 전환한 금액의 10%(300만 원 한도)에 대해 추가 세액공제까지 받을 수 있어요.
이외 브라질 국채도 유명한 절세상품 중 하나인데요. 브라질과의 조세조약에 따라 한국에 과세권이 없기 때문에 이자소득, 환차익, 매매차익이 모두 비과세 대상이랍니다. 그렇지만 헤알화 환율 변동성이 커 투자 위험도가 높은 상품으로 분류돼요. ETF 중 ‘국내 주식형’도 주식 투자와 마찬가지로 매매차익이 비과세돼 절세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55세 이후 연금으로 받는 노후 준비상품인 연금계좌도 내는 동안 연말정산 세액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공제 한도는 연금저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합쳐 최대 900만 원. 종합소득 5,500만 원 초과 땐 13.2%, 그 이하는 16.5%를 세액공제해 줍니다. 후자에 해당하는 직장인이 개인연금 계좌에 900만 원을 넣었다면 최대 148만5,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거예요. ‘연말정산 효자’라 불릴 만하죠. 운용 수익에 대한 세금은 인출 시까지 연기돼 ‘과세 이연 효과’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잊지 말아야 하는 포인트는 바로 ‘만기 분산’입니다. 아무리 포트폴리오를 잘 꾸려도 만기가 몰려 일시에 금융소득이 우르르 쏟아진다면 낭패를 볼 수 있겠죠. 소득세는 인별 과세이기 때문에 배우자나 자녀에게 증여 공제 한도 내에서 금융자산을 사전 증여하는 방안도 현명한 절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