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 천흥사지를 고려 초기 최대 규모의 왕실 사찰로 추정할 수 있는 다량의 유물이 출토됐다.
천안시가 문화재청, 충남도, 충남도역사문화원과 함께 성거읍 천흥리 일대 천흥사지 현장에서 진행한 3차 발굴조사에 따르면 석탑 후면에 가구식 기단으로 구성된 건물 3동과 1탑 3금당(金堂) 형식으로 추정되는 불전 공간이 있었다.
절의 본당인 금당은 본존불을 모신 중심 건물이며, 가구식 기단은 지대석, 탱주색, 우주석, 면석, 갑석으로 구성됐다.
금당지(9호 건물지)는 석재를 정교하게 다듬어 건물 장식 효과를 극대화했다. 북쪽으로는 별도의 공간(10~12호)을 구역별로 나눈 다원식(多院式) 가람배치를 볼 수 있다.
발굴조사에선 천흥(天興), 천흥사(天興寺), 천흥사 삼보(天興寺 三寶), 대목악군(大木岳郡) 등 천흥사의 지명과 연관된 한자가 새겨진 기와가 나왔다. 바닥에 '천흥사 우(天興寺 右)'라고 새겨진 청동 접시, 송나라 동전인 황송통보(皇宋通寶) 등도 발굴됐다.
집중적으로 발굴조사를 한 천흥사지 오층석답 북동쪽 주변에선 고려~조선시대를 아우른 12동의 건물 터도 확인됐다. 통일신라 시대 담장열과 석출 시설, 배수시설 등 다양한 유구(遺構)도 나왔다.
지금까지 3차에 걸친 발굴조사를 통해 20여동의 건물지가 확인됐는데, 전체적으로 5분의 1도 진행되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고려 초 사찰 건물지 유적 중 최대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관계기관의 설명이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이번 발굴조사에서 천흥사지가 고려 초기 왕실 사찰의 면모를 갖췄다는 평가가 나왔다"며 "지속적인 연구와 유적 정비를 통해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천안은 고려 초 왕건이 천안도독부를 설치하며 만들어진 도시로, 왕건과 관련된 지명과 역사 문화유산이 다수 남아 있다.
이 가운데 천흥사지는 고려시대에 창건돼 조선시대에 폐사됐다. 현재 주변에 오층석탑(보물 제354호)과 당간지주(보물 제99호)만 남아 있을 뿐 전반적인 기초자료가 부족해 대략적인 규모만 추정되고 있다.
이에 천안시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2차례의 발굴조사를 벌여 고려시대 건물지와 회랑지, 천흥사지 오층석탑이 있던 원래 위치와 천흥(天興) 명문 기와 등을 파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