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최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만나 이른바 '오탈자(五脫者)'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에 대한 구제 의지를 피력하고 교육부 차원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탈자는 '5년간 5회'라는 변호사시험(변시) 응시 기회를 소진한 '변시 낭인'을 칭한다. 오탈자 구제 여부를 두고 찬반 의견이 대립하는 가운데, 변협을 중심으로 절충안이 마련될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영훈 회장은 9일 이주호 부총리를 비공개로 만나 변호사시험 제도의 완화 필요성을 전달하며 협조를 요청했다. 접견 자리에는 로스쿨 설립과 제도 개선을 관할하는 교육부 인재양성지원과 담당자가 배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김 회장과 이 부총리의 만남에 오탈자 졸업생의 사회 진출 등 구제 방안의 필요성이 언급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현재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5번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 해 평균 191명(지난해 제11회 변시까지 총 1,342명)가량의 오탈자들이 변시 시험 응시 자격을 영구 박탈당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응시 횟수에 제한을 두더라도 탈락자들의 실무 경험 보완을 위해 기간 제한만큼은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오탈자 문제는 로스쿨 도입 이후 오랜 시간 논란이 돼왔다. "과거 사법고시 낭인 문제를 재현하지 않기 위해 도입된 안전장치"라는 입장과 "과도한 응시 기회 제한으로 오히려 변시 폐인을 양산하고 있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5차례 시험 탈락으로 법조인이 될 길이 영원히 막혀버린 오탈자 졸업생들은 강하게 반발해왔다. 제도 자체의 위헌성을 강조하며 헌법소원도 수차례 제기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16년과 2018년, 2020년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무제한 응시로 발생하는 인력 낭비 등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응시를 제한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취지였다.
다만 2020년에는 앞선 두 차례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이 나온 것과 달리 재판관 4명이 "임신·출산, 중병 치료 등을 (군 복무와 달리) 예외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 현행 조항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법은 로스쿨에 재입학하더라도 재응시 기회를 부여받을 수 없고,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경우에만 기간 예외가 인정된다.
김 회장과 변협의 움직임은 오탈자 문제를 본격적으로 재논의하기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무산되기는 했지만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법학 학·석사 학위 소지자들을 특별채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오탈자 구제 움직임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변협 회장과 교육부 장관의 만남을 계기로 변시 제도를 관할하는 법무부와 변협의 논의도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오탈자 문제가 실효성 있는 토론의 대상이 될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변협은 2019년 11월에도 변시 응시제한 제도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지만 법무부와 교육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측에서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로펌 대표변호사는 "과거 '사법고시 낭인' 문제 같은 부작용을 줄이려면 불가피하게 응시 횟수 제한은 필요한 것 같다"면서도 "다만 고급 인재인 로스쿨 학위 소지자들을 다른 분야에 적극 채용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