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관리가 어렵다고 공론장 자체를 없애도 될까

입력
2023.06.15 04:30
좋은 기사엔 댓글로 응원하는 독자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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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달기 위해 한국일보에 회원가입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유익한 기사를 본 느낌입니다."

지난 9일 ‘창간기획: 절반 쇼크가 온다’ 기사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2002년생을 기점으로 100만 명에 달했던 한 해 출생아가 49만 명으로 내려앉아 발생하는 사회 시스템 붕괴와 대응 방안을 조명한 기획인데, 이날 기사를 본 독자는 자신의 느낌을 이렇게 적었다. 이 독자는 “주제부터 내용까지 어느 것 하나 아쉬움이 없다”며 “앞으로도 좋은 기사 많이 부탁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 아래에 달린 댓글에도 '참으로 좋은 기사임. 이런 사실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정부에서도 관심 깊게 읽어야 할 듯'이라는 호응이 이어졌다.

최근 한국일보가 공들여 취재하고 작성한 기사에는 어김없이 독자들의 적극적인 응원의 메시지가 달린다. 지난달 연재된 ‘의사 캐슬 3058’ 기획 기사에도 독자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한 독자는 “거대한 논문 한 편 읽은 듯하다”며 “깊이 있는 문제제기와 해결방향 제시까지 박수를 보낸다”고 소감을 적었다. 필수 의료 인력 부족과 의사 정원 문제, 정부의 정책까지 사회의 문제점을 치우침 없이 입체적으로 조명한 기사에 대한 칭찬이었다. 이런 댓글은 기자가 더 열심히 취재하고, 기사를 쓰게 하는 힘이 된다.

물론 여전히 댓글에서는 칭찬보다는 언론이나 사회, 정부를 향한 따가운 질책과 정치∙사회 문제를 향한 나름의 분석과 의견이 더 많이 제시된다. 저출생 사회의 원인으로 ‘전월세 가격이 비싸니 모든 소득이 집값으로 쏠리기 때문’이라고 나름의 분석을 내놓는가 하면, ‘한국사회에 기여하며 살고 있는 외국인들에겐 영주권을 허용하자’는 해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한일관계를 편견 없이 바라보는 새로운 세대를 다룬 기사에는 ‘역사와 문화는 다르고, 다르게 접근해서 봐야 한다’며 획일적 시각에 일침을 놓기도 한다.

언론은 기사를 일방적으로 송출만 하는 곳이 아닌, 적절한 사회 공론장이 되어야 한다. 사회∙정치적 문제를 꺼내 놓고 각자의 의견을 밝히고 그 의견에 또 다른 의견이 얹혀 토론이 되어야 한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더 나은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민주주의이고, 이런 역할은 언론만이 할 수 있다. 뉴스의 댓글은 그런 공론장이 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할 수 있다.

마침 지난 8일 한 대형 포털은 뉴스의 모든 댓글이 24시간 후 사라지는 방식으로 개편하며 댓글 서비스를 사실상 중단했다. 이용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궁금한데’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해외와는 다르게 독자들이 뉴스를 포털 사이트를 통해 더 많이 접하고 있고, 사실상 포털이 언론사의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나름 공론장의 기능을 하는 댓글 소통을 차단해버린 것이다. 일부 댓글이 과대표되고, 댓글 조작을 통한 여론 선동 우려가 있다는 이유라고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독자의 댓글은 보완장치를 마련할 일이지 완전히 폐쇄할 대상은 될 수 없다. 이 때문에 한국일보닷컴에 달린 독자들의 정성스러운 댓글이 더 반갑고, 더 깊이 있는 공론장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긴다.

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