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설계자료를 몰래 빼내 중국에 공장을 통째 복제하려던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단순한 기술유출이 아니라 공장 자체를 복제하려 했다니 충격적이다. 중국 등 해외로의 기술유출은 갈수록 늘고 있다. 기술 패권 경쟁이 한창인 반도체가 핵심 타깃이다. 이대로 방치하다가 중국에 추월당하는 건 시간 문제다.
수원지검은 삼성전자 상무, SK하이닉스 부사장을 지낸 A씨를 산업기술보호법 등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공범 6명을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겼다고 어제 발표했다. A씨는 중국에서 4,600억 원을 투자받아 현지에 반도체 회사를 설립한 뒤 삼성전자 등에서 핵심인력 200여 명을 영입했다. 그는 직원들을 통해 삼성전자의 설계도면, 클린룸 조성조건(BED), 공정배치도 등을 몰래 빼내 중국 시안에 ‘복제 공장’을 설립하려 했다고 한다. 삼성전자 시안공장과 불과 1.5㎞ 떨어진 곳이었다.
이번 사건은 개별적인 반도체 기술유출과는 차원이 다르다. A씨가 빼돌린 공정배치도와 BED는 국가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국가핵심기술이고, 설계도면은 삼성전자의 중요한 영업기밀이다. 공장이 중국에 그대로 복제됐다면 유사 품질의 반도체 제품이 대량 생산될 수 있었다. 검찰은 유출 자료의 가치가 최소 3,000억 원이라고 봤다.
산업스파이들의 해외 기술유출은 점증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넉 달간의 특별단속에서 35건의 기술유출을 적발했는데 이 중 8건이 중국 등 해외 유출이었다. 국정원이 지난 5년간 적발한 해외 기술유출도 93건, 피해액이 25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기술유출은 기업들이 막대한 시간과 돈을 들여 이뤄낸 성과물을 송두리째 도둑맞는 일이다. 손쉽게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을 막으려면 엄중한 처벌이 필수다. 하지만 최근 8년간 기술유출 범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365명 중 80%인 292명이 집행유예였다. 기본 징역형이 1년~3년 6개월로 양형기준이 낮고, 감경사유도 많아서다. 미국은 최대 33년 9개월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대법원이 양형기준 개선에 나선다니 지켜볼 일이다. 찔끔 강화에 그쳐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