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실정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동산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놨고 에너지 정책도 후한 점수를 받지 못했다. 대북 정책은 결과적으로 실패했고, 편 가르기와 ‘내로남불’의 참모습도 보여줬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1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전 정부 탓을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 후유증이 만만치 많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정책 실패에 따른 후유증을 놓고 보면, 검찰개혁 화두를 빼놓을 수 없다. 그 파장은 정권 교체 뒤에도 이어졌고, 부작용은 극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언론인과 학자들이 지적했듯, 문재인 정부에선 한낱 국가기관에 불과한 검찰을 의인화해 악마화했다. 검찰이란 기관을 정부 통제가 되지 않는 유기체로 보고 개혁의 명분으로 삼았다. 하지만 기관과 그 구성원들을 동일시하면 당연히 오류가 발생한다. “내가 악마라고?” 많은 검사들이 되물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검사들의 반발은 거기서 멈춰야 했지만, 안타깝게도 선을 넘고 말았다. 검사 대통령이 배출되면서 몸값이 급등하자 일부 구성원들은 본분을 망각하기 시작했다. 제보가 이어지는 걸 보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에도 새벽시간에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다소 흥분한 목소리였다. 조직이 망가지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를 화나게 만든 것은 ‘우리 대통령’ 때문이었다. 술자리에서 ‘우리 대통령’이란 말이 검사들 입에서 연신 터져 나왔다고 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이기 이전에 검사들의 대통령이란 뜻이었다. 우리가 안 도우면 누가 돕겠냐는 얘기였다. 우리가 악마냐고 되물었던 검사들이 지금 와서 ‘우리 대통령’을 외치는 모습이 그에겐 초현실주의 영화를 보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처럼 공사 구분 못 하고 대통령과 검찰을 동일시하는 검사들이 생기다 보니, 문재인 정부 때와는 차원이 다른 부작용이 생겼다. 대통령 말씀을 뒷받침한다는 명분으로 알아서 기는 구성원들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른 대통령을 대하던 검사들의 모습과 너무 비교된다는 자조 섞인 얘기도 들려온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심지어 ‘저런 인간’으로 칭한 검사들도 있었다.
내부 분위기 탓인지 요즘 ‘살아 있는 권력 수사’라는 말이 검찰 내에서 실종됐다. 적폐수사에 올인한 문재인 정부 때도 검찰은 출범 6개월 만에 살아 있는 권력인 청와대 정무수석을 잡겠다고 날을 세웠다. 비록 실패한 수사로 끝났지만, 지금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살아 있는 권력은커녕 살아 있는 권력의 측근 하나 건들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윤석열 정부 내내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전례 없는 혼란이 예상된다. 정권이 연장되지 않고 4년 뒤 교체된다면 검찰 조직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을 게 자명하다. ‘우리 대통령’을 외치던 조직을 정치권이 이성적으로 대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조직의 명운이 걸려 있다 보니, 검찰이 기를 쓰고 야당에 공세적으로 나올 것이란 얘기가 헛소리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요즘 부쩍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수사 대상이 누구든지 동일한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그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적어도 정치권의 비이성적 대응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