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플래그십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iX xDrive50(iX)'는 뻥 뚫린 고속도로를 묵직하게 내달렸다. 지난해 나온 고성능 모델 iX는 전기차임에도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절한 배기음을 내면서 밟는 맛까지 잘 살렸다. 전기차 하면 떠올리기 마련인 조용함에 운전의 재미까지 갖춘 준대형 SUV라는 얘기다.
1일 밤 서울을 출발, 이튿날까지 전북 익산시와 군산시를 거쳐 다시 서울로 돌아올 때까지 약 500㎞를 달리는 동안 충전은 한 번이면 충분했다. 돌아오는 길에 휴게소 충전기를 연결한 채 약 40분 정도 머물렀다. 서울을 떠날 때 완전 충전에 가까웠던 차량 배터리는 익산에 도착(약 220㎞ 주행)했을 때 43%(주행 가능 거리 217㎞) 남아 있었다. 1회 충전 시 447㎞ 주행이 가능하다는 공지 사항은 어느 정도 들어맞은 셈이다.
전장 4,955㎜에 전폭 1,965㎜, 전고 1,695㎜의 덩치는 꽤나 웅장했고, 2.5톤(t)이 넘는 차체 무게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이미지만큼이나 주행 성능 또한 압도적이었다. 최고 출력 523마력, 최대토크 78.0㎏·m를 입증하듯 고속도로에서 힘 있게 내달렸고, 부드러운 코너링과 민첩한 핸들링도 매력적이었다. 속도를 줄일 때 역시 빠르고 안정적이었다.
장시간 운전에도 답답함이나 불편함을 느끼기 어려웠던 건 ①널찍한 공간 ②편안한 인테리어 ③다채로운 소프트웨어가 있기 때문이다. 계기판은 물론 센터패시아(대시보드 중앙의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컨트롤 패널 보드)에 위치한 12.3인치 디스플레이는 한층 직관적이다. 특히 큰 몸집 때문에 차량 앞의 물체나 사람이 가려질 때를 대비해 출발 대기 때는 차량 앞쪽의 움직임을 계기판에 띄워 안정감을 느끼게 했다.
안드로이드 오토로 연결된 티맵의 정보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4D 오디오를 지원하는 '바워스 앤 윌킨스'의 다이아몬드 사운드 서라운드 시스템으로 몸을 휘감는 듯한 소리 또한 압권. 차량이 멈췄을 때 뒷좌석에 둔 가방에서 짐을 꺼내려 돌아보니 뒤편에서 들려오는 사운드 또한 풍성해 캠핑이나 휴식 중 음악 감상에 딱 맞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운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묘미라 할 수 있겠다.
준대형 SUV답게 적재 공간 또한 여유롭다. 적재 공간을 열어보면, 500리터(L)의 공간이 나타나고 여기에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750L의 공간을 확보했다. 성인 두 명이 눕기에 충분하기에 캠핑이나 야외 활동에도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군산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 금요일 오후 시간대라 교통 정체는 심각했지만 BMW의 반자율주행 기능인 어시스티드 드라이빙 모드(Assisted driving mode)를 실행하기 좋은 조건이었다. 정체 구간에선 최대 속도를 시속 30km로, 다소 풀린 구간에서는 시속 70km 정도로 설정한 채 사실상 운전자 개입 없이 움직일 수 있는데 갑작스럽게 출발하거나 멈추는 일도 없어 편안했다.
iX는 서해안고속도로에서 약 2시간 동안 앞차와의 간격을 적절히 유지했고, 오른쪽·왼쪽으로 차로를 바꿀 때도 간격이 충분하다는 점을 확인한 다음에야 움직였다. 처음에는 믿음이 부족했던지 무의식적으로 운전대(스티어링휠)에 손을 올려놓는 시간이 길었지만 점점 신뢰가 높아졌고 알아서 운전하게 하는 일이 잦아졌다. 자율주행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지만 운전자의 피로도를 줄여주기에는 확실히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iX 가격은 1억4,440만 원. 국내 시장에서 경쟁자로 꼽히는 기아 EV9보다 비싸다. 최하위 트림 기본사양은 7,000만 원대 후반이지만 EV9 또한 상위 트림에 옵션을 모두 추가하면 1억 원을 훌쩍 넘겨 iX와의 차이가 크게 줄어드는 점은 참고 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