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15일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을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특보 아들의 학교폭력(학폭) 논란에 대한 여론의 반응을 주시하면서 이 특보 해명과 피해자로 지목된 A씨의 언론에 보낸 입장문 등으로 어느 정도 설득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야당은 이 특보 아들의 학폭 피해자가 다수임을 강조하면서 12일부터 열리는 국회 대정부질문 등을 통해 공세 수위를 높일 예정이다.
11일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일정상 이 특보에 대한 지명이 이번 주 후반쯤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한 여권 관계자는 "다음 주는 윤 대통령이 인사 명령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국회에서 대정부질문을 마치는 15일이나 16일쯤 지명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당초 대통령실에선 조기 지명 시 청문회를 두 번 진행할 수 있다는 부담으로 속도조절을 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공식 지명 전부터 야권의 파상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터라 공식 대응을 위해 지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특보는 현재 공식 후보자가 아니기 때문에 의혹과 관련한 대응팀이 꾸려지지 않았고, 대통령실도 관련 언급을 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방송통신 개혁, 중립성 확보 등 방통위 관련 의제 제시를 위해서도 절차를 서둘러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방송통신이 정권의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성을 제시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명이 빨라지면 야권이 주도하는 청문회가 두 번 열릴 수 있는 부담은 여전하다. 한상혁 전 위원장의 임기가 오는 7월 말까지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지명 이후 인사청문회 개최에 이어 임명까지 서두를 경우 '보궐 임명'이 되면서 8월 이후에 임명 절차를 다시 한번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이 특보 지명이 6월 말로 미뤄질 여지는 있다. 다만 지명 후 인사청문회가 7월에 완료되더라도 후임 공식 임기인 8월 1일 이후에만 임명하면 문제가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특보에 대한 내정설이 파다했음에도 공식 지명하지 않았던 배경에는 여론 추이를 파악하기 위한 차원이 컸다. 이런 가운데 이날 언론에 공개된 피해자 입장문도 지명을 서두르는 데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 특보 아들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지목됐던 A씨는 연합뉴스에 보낸 입장문에서 "약 10년 전 사건으로 '학폭 피해자'로 낙인찍혀 힘들어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이 특보 아들에 대해 "사과받고 (고교) 1학년 1학기에 이미 화해한 상황이었다"며 "올 4월에도 만나는 등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책상에 머리를 300번 부딪히게 하는 등의 행위'가 기술된 당시 피해 진술서에 대해선 "내용이 과장되거나 일방적 진술만 나열돼 왜곡된 부분들이 꽤 많다"고 했다.
야당은 학폭 피해자가 다수였고 당시 이명박 정부 청와대 언론특별보좌관이었던 이 특보가 아들 문제와 관련해 하나금융지주 회장이었던 김승유 하나고 이사장에게 전화한 점을 들어 외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피해자가 최소 4명 이상이고, 당시 학교폭력 사건이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며 "당시 '왕수석'으로서 언론계를 장악했던 이 특보의 (김 이사장과) 전화는 통화 자체가 권력이고 외압"이라고 말했다. 또 학폭 피해자가 A씨를 포함해 최소 4명이 있다고 보고, A씨의 해명을 들어 '문제없다'라는 이 특보의 주장에도 선을 긋고 있다.
민주당은 12일부터 사흘간 진행하는 대정부질문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이 특보 아들 학폭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이 특보가 지명될 경우 열릴 인사청문회에서도 강공을 예고하면서 당분간 정치 공방의 뇌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