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비폭력 집회 강제 해산, ‘법치’의 남용 우려된다

입력
2023.06.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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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지난 9일 비정규직 단체의 대법원 앞 야간문화제를 강제 해산했다. 지난달 25일에 이어 두 번째다. 문화제를 빙자한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다. 해산 과정에서 참가자 일부가 부상을 입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과거 정부가 불법집회에 경찰권 발동을 사실상 포기했다”며 엄정 대응을 주문한 이후 이어지는 현상이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은 이날 저녁 사전신고 없이 대법원 앞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문화제’를 열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학문 예술 종교 관혼상제 등의 집회는 신고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편법이라고 봤다. “최저임금 인상하라” 등 구호가 문제였다. 문화제라고 해도 특정 목적의 구호를 제창하거나 하면 신고 대상 집회로 봐야 한다는 게 법원 판례다. “세 차례의 해산 명령에도 응하지 않아 강제 해산에 나섰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 2명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크고 작은 부상자가 여럿 나왔다.

하지만 미신고 집회라서 강제 해산을 할 수 있다는 건 반헌법적인 해석이다. 대법원은 2012년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진행된 백혈병 사망자 추모문화제를 신고 의무가 있는 집회로 판단하면서도 경찰의 해산 조치에 대해서는 “미신고라는 사유만으로 해산시키는 건 집회의 사전신고제를 허가제처럼 운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판단했다.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주최자를 처벌하면 될 일이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의 보호 범위까지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히 존재하는 경우, 그러니까 폭력적인 집회에 한해 해산이 허용된다고 봤다.

최근 정부의 대응은 대법원 판례를 한참 비껴간다. 고공농성을 하던 노동조합 간부를 곤봉으로 제압한 건 폭력적 저항을 제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볼 여지도 있겠다. 하지만 비폭력적인 집회에까지 공권력을 마구 투입하는 건 정당성을 인정받기 쉽지 않다.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법의 허용 범위를 넘어선다면, ‘노사 법치’라는 정부 기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