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사실상 처음 실시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발표를 앞두고 한국전력공사 등 대형 에너지공기업의 등급 하락 가능성이 거론된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에 강조한 재무 개선을 지키지 못해서다. 빚 축소와 전기·가스요금 인상 자제를 동시 주문하는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에너지공기업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불만도 감지된다.
1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기업 36개, 준정부기관 94개 등 130개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 결과는 이달 중순 공개된다. 지난해 집권한 윤석열 정부가 국정기조로 앞세운 공공부문 긴축을 공공기관이 얼마나 잘 달성했는지 따져보는 시험대다. 보통인 C등급 이상으로 매겨지면 성과급을 받는다. 낙제점인 E(아주 미흡) 또는 2년 연속 D(미흡)를 맞으면 해당 공공기관장은 해임 건의 대상에 오른다.
올해 경영평가 채점 방향은 문재인 정부 때와 정반대다.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지난해 10월 100점 만점인 경영평가 배점 지표 가운데 10점이었던 재무성과관리를 20점으로 올렸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서 강조했던 사회적 책임은 25점에서 15점으로 내렸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에 후한 점수를 매긴 전 정부와 달리, 현 정부는 불필요한 자산 매각 등 경영을 잘한 기관을 높게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경영평가 발표를 앞두고 가장 긴장하고 있는 곳은 한전, 한국가스공사 등 재무 상태가 취약한 에너지공기업이다. 윤석열 정부의 경영평가 방침을 감안하면 지난해 각각 C였던 한전, 가스공사의 평가 등급은 D로 떨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두 공기업 모두 경영 상황이 바닥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한전은 누적 적자가 2021년 5조8,00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44조 원으로 급증했다. 가스공사 역시 아직 받지 못한 요금인 미수금이 같은 기간 1조8,000억 원에서 11조6,000억 원까지 쌓였다.
에너지공기업 쪽에선 한전, 가스공사가 '동네북 신세'라는 시각도 있다. 빚을 줄이라고 압박하는 정부가 정작 재무 개선 수단인 전기·가스 요금 인상에는 미온적이면서 책임은 한전, 가스공사에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만 보면 올해 들어 2분기까지 킬로와트시(㎾h)당 21.1원 올라, 한전이 제시한 적정 인상폭 52.4원에 크게 못 미친다. 정부와 여당은 물가 상승, 국민 부담 확대 등을 우려해 전기·가스 요금 인상에 제동을 걸고 있다.
한 에너지공기업 관계자는 "한전, 가스공사 등은 이번 경영평가를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라면서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모순된 면이 있는데, 전기·가스요금 소폭 인상에 따른 재무 개선 지연을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게 공정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경영평가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겸허하게 수용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