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여자 불출석에 재판 지연" 윤우진에 뇌물 준 세무법인 대표 과태료

입력
2023.06.1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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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 핵심 증인 불출석에 300만원 부과

윤우진 전 서울 용산세무서장에게 장기간 거액의 뇌물을 건넨 인물로 지목된 세무법인 대표가 법정에 거듭 불출석하자 재판부가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서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옥곤)는 이달 7일 공판에서 서울 강남구 소재 D세무법인 대표 세무사 안모씨에게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안씨는 윤 전 서장에게 금품을 건넨 공여자로서 이날 증인 출석이 예정돼 있었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재판부에 세 차례 불출석 사유서를 내며 법정에 나타나지 않아 재판 진행에 지장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장은 "공여자가 출석을 안 하다 보니 (재판이) 너무 지연된다"며 안씨를 출석시키기 위해 과태료 부과가 불가피한 이유를 설명했다. 안씨는 불출석 사유로 배우자 사망 등 여러 사정이 있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장은 법정에서 "(안씨의 배우자 장례도) 3주가 지난 상황"이라며, 과태료는 부과하되 출석 시 취소할 수 있다는 여지를 뒀다.

윤 전 서장은 세무업무와 관련한 각종 편의 제공 등을 대가로 안씨에게 2004년 10월~2012년 3월 1억6,000만 원, 육류수입업자 김모씨에게 2011년 4,300만 원 등 2억3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5월에는 윤 전 서장이 안씨에게 2009년 10월~2013년 12월 3억2,900만 원의 뇌물을 추가로 받은 것으로 조사돼 뇌물액이 총 5억3,200만 원으로 늘어났다. 검찰 수사 당시 안씨 사무실에서 나온 '장부'가 뇌물 혐의의 유력한 증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안씨는 뇌물 공여자이지만 공소시효(7년) 도과로 처벌받지 않는다.

윤 전 서장은 뇌물 사건과 별개로 세무 관계자에게 청탁해준다는 명목으로 인천의 부동산개발업자 등 2명에게 1억3,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윤 전 서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에 있을 때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으며, 윤대진 전 검사장의 친형이다.


손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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