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이모를 무참히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카가 2심에서 형량이 줄었다.
광주고법 제2-1형사부(부장 박정훈)는 살인,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A(37)씨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0년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14일 오전 10시 53분쯤 전남 여수의 한 모텔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이모 B(59)씨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적장애가 있는 B씨는 자매인 A씨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모텔에서 17년간 허드렛일을 해왔다.
지난해 A씨의 어머니가 건강악화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A씨의 폭행이 시작됐다. 평소 B씨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A씨는 B씨에게 혼자 3층짜리 모텔 객실 전체를 청소하도록 시켰고, B씨가 자신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을 때마다 폭행했다.
A씨는 사건 당일에도 모텔 계단에서 B씨의 등과 머리, 뺨, 가슴 등을 11차례 폭행했다. 그는 B씨가 어지럼증을 호소하는데도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A씨는 쓰러진 B씨가 이튿날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알고도 방치했다. B씨는 폭행을 당한 지 나흘째인 5월 17일 오후 모텔 이불 보관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와 가족들은 범행이 발각될까 두려워 B씨가 숨진 것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는 자신의 폭행으로 피해자가 위중한 상태였음을 알았지만 자신의 폭행 사실이 밝혀질까 두려워 119에 신고하지 않고 피해자를 방치한 건 미필적 살인 고의가 인정된다"며 " 다만 초범이고 현재 건강이 좋지 않은 점, 살해 고의성 여부 등을 종합해 형을 정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