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은 관측 이래 가장 더웠던 봄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평균기온 기록이 경신됐다. 기온뿐 아니라 남해안에는 호우가 쏟아지고 동해안에는 건조특보가 발령되는 등 평년과 다른 날씨가 반복됐다.
기상청이 9일 발표한 '2023년 봄철(3~5월) 기후 분석'에 따르면, 올봄 전국 평균기온은 13.5도로 평년보다 1.6도 상승했다.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평균기온이다. 두 번째로 더웠던 봄은 지난해와 1998년으로 평균기온이 13.2도였다.
특히 올해 3월 평균기온은 9.4도로 평년보다 3.3도나 높았다. 유라시아 대륙의 따뜻한 공기가 서풍을 타고 국내로 유입됐고 하늘이 맑아 햇볕이 강하게 내리쬔 결과다.
4월 상순부터는 인도차이나 반도 일대에서 발생한 이상고온 현상도 한반도 기온을 밀어 올렸다. 지난달 16일 강원 속초는 일 최고기온이 34.4도, 강릉은 35.5도까지 치솟기도 했다.
평균 강수량도 284.5㎜로 평년보다 많았다. 특히 남부지방에 비가 많이 왔다. 3~5월 누적 강수량은 경남 남해 622.6㎜, 거제 552.5㎜, 진주 513.5㎜였다. 올해 초까지 이어진 남부지방의 극심한 가뭄 해갈에는 도움이 됐지만, 지난달에는 이례적으로 많은 비가 내려 농가 등이 침수 피해를 보기도 했다.
반면 동해안을 중심으로는 평년보다 비가 적게 왔다. 강릉의 3~5월 누적 강수량은 133.3㎜, 속초는 148.8㎜에 그쳤다. 이 지역에서는 몇 주간 가뭄특보가 이어졌고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했다. 지난 4월 11일에는 강릉 경포호 일대에서 산불이 나 1명이 사망하고 26명이 다쳤으며 379헥타르(ha)가 탔다. 충남 홍성과 대전·금산 경계 지역에서도 산불이 나 1,454ha를 태웠다.
봄철 전국 평균 황사 일수도 9.7일로 평년보다 4.4일 많았다. 4월에는 황사가 매우 강한 바람을 타고 깊숙이 유입돼 1㎥당 황사 농도가 400~700마이크로그램(㎍)까지 올라간 곳도 있었다. 황사 증가는 중국 북동부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었던 데다 기온까지 높았던 탓이다. 이전부터 지속되던 사막화에 더해 눈이 빨리 녹으면서 황사가 발원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지난 봄철은 전 세계적으로 고온현상이 나타났고 5월에는 이례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며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감시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