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창업자 샘 올트먼 대표가 9일 한국을 찾았다. 올트먼 대표는 "한국의 스타트업 기술력이 매우 훌륭하다고 알고 있다"면서 AI 반도체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협력을 해보자며 손을 내밀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 있는 63스퀘어에서 올트먼 대표를 초대해 국내 스타트업과 간담회를 열었다. 올트먼 대표는 핵심 경영진과 지난달부터 캐나다, 브라질, 스페인, 영국, 일본 등 17개 나라를 돌고 있다. 특히 이번 방문에서는 과거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그레그 브로크만 공동대표가 참석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인을 만나 결혼했다.
브로크만 대표는 "한국은 챗GPT 사용량이 가장 많다"며 "챗GPT에 열광하는 한국의 모습이 우리에게도 좋은 동기 부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오픈AI의 월드 투어 중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됐다. 다른 국가는 올트먼 대표 혼자 또는 임원 몇 명만 갔지만 한국은 주요 임원 7명이 참석했다. 이날 오후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와 공동으로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 1,000여 명을 초청해 대담을 진행했다. 각국 정상이나 정부 관계자와의 대담 말고도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눈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행사에 참여한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이들에게 AI 기술 개발 현황, 국내 스타트업과 협업 기회, AI 관련 규제 등을 물었다. 질문 기회를 얻기 위해 의자에 올라서서 손을 흔들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경쟁의 열기도 뜨거웠다.
특별히 관심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를 묻자 올트먼 대표는 "딥테크(공학·과학을 바탕으로 하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분야의 깊이 있는 기술) 스타트업"이라며 "한국 스타트업들과 오픈AI가 이용할 수 있는 전용 반도체 칩을 함께 개발하고 싶다"고 했다.
GPT-5 진행 사항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브로크만 대표는 "GPT-5에는 GPT-2부터 GPT-4에는 없는 새로운 기술을 담을 것"이라며 "우리의 과제는 범용인공지능(AGI) 이후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써내는 등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창의적 분야까지 진출하면서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올트먼 대표는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AI라고 해서 모든 역할을 다 할 수는 없다"며 "AI 연구자라는 직업이 새로 만들어진 것처럼 과거 상상하지 못한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문학, 음악, 미술 등) 창작자들이 AI의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AI가 학습한 데이터에 대한 저작권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BTS가 작곡한 곡을 바탕으로 AI가 새로운 콘텐츠를 만든다면 BTS 역시 그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와 관련해 많은 저작권자들과 여러 실험과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세대가 AI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묻는 질문에 올트먼 대표는 "AI 기술의 확산으로 경제 발전의 황금기를 맞을 것"이라며 "과거보다 모든 것들이 빠르게 바뀌고 이에 따라 새로운 것에 남들보다 서둘러 적응하고 스스로 진화하는 능력이 많은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픈AI 측은 이날 AI에 대한 적절한 규제 방안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AI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각종 사회적 문제가 예상되자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규제를 예고하고 있다. 올트먼은 지난달 미 상원 청문회에도 불려 나가 AI의 위험성에 대한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는 "AI는 강력한 도구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활용하는 데 있어 어떻게 위험을 줄일지 고민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AI 시장이 아직 초기이므로 혁신을 줄이는 식의 규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