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간조시간은 오후 6시 12분입니다. 현재 있는 구역은 갯벌 고립, 익수 및 실종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 위험구역입니다. 간조시간 이후 물이 빠르게 들어오니 안전구역으로 이동하길 바랍니다."
지난 12일 오후 인천 중구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 모래사장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인천해양경찰서 안내 방송이 반복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수륙양용 공기부양정이 갯벌과 바다를 오가며 해상 순찰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큰 갯벌(하나개)'이라는 이름처럼 드넓게 펼쳐진 하나개해수욕장 갯벌에선 최근 3주 새 3명이 목숨을 잃었다. 해경이 순찰 근무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 갯벌을 순찰하던 인천해경서 하늘바다파출소 황설 순경은 "모래사장에서 최대 7㎞ 거리까지 물이 빠질 만큼 갯벌이 넓어 한번 순찰하는 데 2시간씩 걸린다"며 "날씨가 풀리는 5월부터 9월 사이,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크고 해수면이 높아지는 대조기, 그리고 주말에 주로 사고가 난다"고 전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인천 무의도와 영흥도를 비롯해 충남 태안군 등 서해안 갯벌을 중심으로 해루질 인명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13일 해경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달까지 전국 갯벌에서 발생한 사고는 169건, 사망자는 19명이다. 2021년 82건(9명)에서 지난해 43건(6명)으로 줄었지만, 올해는 지난달까지 43건(4명)이 발생했다. 5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발생 건수와 동일해진 것이다. 인천이 78건(4명)으로 가장 많았고, 충남 45건(7명), 전남 31건(3명), 경기 9건(4명), 전북 5건(1명), 경남 1건(0명) 순이다.
동호회까지 생길 정도로 매년 해루질 동호인이 늘고 있지만, 갯벌 지형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은 채 물 때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날 찾은 하나개해수욕장 앞 갯벌은 일부 지역이 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돼 있었다. 단단하고 평평한 주변 갯벌과 달리 최근 인명사고가 발생한 해수욕장 남쪽 갯벌은 발이 푹푹 빠지는 펄에 움푹하게 파인 갯골(갯벌의 수로)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지만 육안으론 확인이 힘들었다.
지난 4일 40대 남녀가 갑자기 밀려든 바닷물에 고립돼 실종됐다가 12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고, 지난달 17일 실종된 50대 여성 시신도 이날 함께 발견됐다. 이들은 지형 파악이 어려운 야간에 해루질을 나섰다가 밀물에 고립돼 변을 당했다. 해경 관계자는 "밀물 때는 조류까지 거세지만 골뱅이와 백합 등이 잘 잡히는 해루질 '성지'로 알려지면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해경은 2021년 5월 회사 동료와 해루질을 하던 40대 남성이 갯골에 빠져 숨지자 하나개해수욕장 갯벌 일대를 야간시간대 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했다. 위반 횟수에 따라 20만~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외지인들은 통제구역을 넘어 갯벌로 몰려들고 있다.
해경 관계자들은 외지인뿐 아니라 이곳 지리에 익숙한 주민들도 사고를 당하고 있다고 했다.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물이 들어오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사실을 알지만 나이와 체력을 생각하지 않고 해루질에 나섰다가 변을 당한다는 얘기다.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서해안의 조차(밀물과 썰물 때의 물 높이 차이)는 밀물 시 시간당 평균 1m 정도이다. 인천 섬 지역의 경우 최대 1.5m까지 빠르게 물이 차오른다. 밀물 속도는 시간당 7∼15㎞로 보통 성인 남성의 걸음 속도보다 2,3배 빠르다. 빠를 때는 자전거 주행 속도 수준이라서 성인이라도 물살에 휩쓸리면 떠밀려 갈 수 있다.
하늘바다파출소 전준영 순경은 "갯벌 체험을 처음 하거나 한두 번 해본 관광객들이 주로 사고를 당하지만, 베테랑도 물때 알람을 잘못 맞추면 고립된다"며 "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풀등(모래섬)을 따라 걷거나 자기도 모르게 위험구역으로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해경에선 주간 안전도 중요하지만 야간에는 갯벌에 발을 들이는 것을 절대 삼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해경 관계자는 "주간 갯벌 체험 때도 반드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물 때를 확인한 뒤 휴대폰 알람을 설정해야 한다"며 "혼자서 또는 야간이나 안개 낄 때 갯벌에 들어가는 것은 목숨을 내놓는 일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