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아침저녁으로 걷기 운동과 주말에는 등산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가벼운 신체 활동은 건강과 몸의 활기를 북돋아 주는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무리한 보행이나 운동으로 발에 무리가 생겨 병원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여러 족부 질환 가운데서 흔하게 발생하는 ‘족저근막염’은 중년 이상, 특히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족저근막염(발바닥근막성 섬유종증) 환자는 2021년 26만5,346명으로 2010년(8만9,906명)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가장 많았고, 성별로는 여성(58%)이 남성(42%)보다 많았다.
족저근막은 종골(발뒤꿈치뼈)부터 발바닥 근육을 감싸고 발바닥 아치(arch)를 유지해주는 단단한 섬유막이다. 주 기능은 몸을 지탱하고 충격을 완화해 준다.
족저근막염은 심한 운동이나 오래 걷기 등으로 족저근막에 무리가 가면서 염증과 통증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운동선수에게서 많이 발병하지만 최근에는 하이힐이나 굽이 낮은 신발, 딱딱한 구두를 자주 신는 일반인에게도 증가하는 추세다.
족저근막염이 나타나면 아침에 일어나 처음 발을 디딜 때 발뒤꿈치 부위에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보이지만 점차 걸음을 걷다 보면 통증이 줄어드는 증상이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진단은 초음파검사로 가능하다. 근막이 파열되면 그 부위가 부어올라 두께가 두꺼워진다.
김민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족저근막염은 증세가 오래될수록 치료 성공률이 낮아지는 만큼 증상이 의심될 때는 이른 시일 내에 재활의학과나 정형외과 진료를 받고 조기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족저근막염 초기 단계에는 약물 치료와 스트레칭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지만, 보통 즉각적인 호전이 아닌 6개월 이상 보존적 치료를 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참을성과 꾸준함이 중요하다.
족저근막염을 예방하려면 족저근막에 과도한 긴장을 주지 않아야 한다. 예컨대 서서 있거나 걷는 것을 가능한 줄이는 것이 좋다. 비만이거나 최근 급속한 체중 증가가 있다면 체중을 줄여야 한다. 따뜻한 족욕은 혈액순환을 도와 족저근막염 예방과 통증 완화에 도움을 준다.
치료 시 족저근막과 아킬레스건을 효과적으로 늘려주는 스트레칭을 병행하면 도움이 된다. 부종이 동반된 급성기에는 약물 치료인 소염진통제를 사용한다.
이때 증상에 호전이 없다면 통증 부위에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할 수 있지만, 이는 족저근막 파열을 악화시키거나 발바닥 뒤꿈치에 충격을 흡수해주는 지방 패드를 녹이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김민욱 교수는 “구두를 오래 신으면 발뒤의 바깥쪽이 먼저 닳기 시작하는데, 이렇게 닳은 구두를 오랫동안 신게 되면 발바닥에서 일을 더 많이 하면서 족저근막염이 발생하고 악화할 수 있다”며 “구두 뒤축을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통증을 호전할 수 있다”고 했다.
생활 습관 교정이나 주사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는 만성 환자는 체외충격파 치료(ESWT)를 통해 염증 조직을 회복해 족저근막염을 치료할 수 있다.
체외충격파 치료는 기기에서 발생한 충격파가 세포막에 물리적 변화를 일으켜 새로운 혈관을 생성해 석회화를 재흡수하고 혈액 공급을 늘려 손상된 조직 재생을 촉진한다는 원리다.
이를 통해 염증을 줄이고 주변 조직과 뼈 회복을 활성화해 통증 감소와 기능 개선을 가져온다. 또 충격파를 염증이 있는 족저근막에 가해 통증을 느끼는 신경세포를 자극해 통증에 대한 신경 민감도를 떨어뜨리고 통증을 완화한다. 특히 새로운 혈관을 생성해 이미 손상된 족저근막 치료를 도와 많은 시간을 들이거나 수술하지 않고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김민욱 교수는 “체외충격파는 기존의 물리 치료ㆍ약물ㆍ주사 등의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족저근막염 외에 근골격계 환자에게도 추천되는 비수술적이고 안전한 치료법”이라며 “특히 회전근개 병변, 석회성 건염, 테니스엘보 및 골프엘보, 만성 허리통증, 아킬레스건염, 퇴행성관절염, 연골연화증 등 근골격계 질환이 만성적으로 지속하거나 골절 부위 불유합, 림프 부종, 뇌졸중 환자의 경직, 욕창이 있는 환자에서도 적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