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 놓고 가버렸어" 관광버스 놓친 노부부 태우고 추격전 결과는?

입력
2023.06.09 11:50
고속도로 10분 달려 관광버스 발견
노부부 "기다 겨... 고마워유" 버스 재탑승

휴게소에서 관광버스를 놓친 노부부를 자신의 차에 태우고 추격전에 나선 운전자의 선행이 알려졌다.

지난 7일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는 '휴게소에 노부부를 놓고 출발한 관광버스, 이를 잡아달라는 노부부 부탁을 들은 운전자의 선택은?'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을 보면, 운전자 A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9시쯤 서천공주고속도로 부여백제휴게소에서 빠져나오다가 출구에서 자신을 향해 다급하게 손을 흔드는 노부부를 발견했다

A씨가 차량을 멈추자 노부부는 "관광버스 금방 가버렸는디... 조금만 타고 갑시다", "관광차가 우리 떼어 놓고 갔어유. 저만큼만 어디, 폐가 되면 안 되는디"라며 당황한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했다. A씨가 "어디로 가시는데요?"라고 묻자, 할머니는 "이리 쭈욱 갔어 시방"이라고 손짓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운전자는 "우선 탑승하세요"라며 노부부를 차에 태우고 버스 추격전에 나섰다. A씨는 속도를 높여 차를 몰았고, 할머니는 "아이고 미안해서 큰일 났네. 내가 차가 어디로 갔는지 모릉게"라고 미안해했다. 그렇게 10분가량 달리던 A씨 차량이 옆 차선에 주행 중인 파란색 고속버스를 추월했다. 그때 A씨가 "혹시 이 버스 아니냐"고 하자, 할머니는 "기다 기여, 잉~ 긴가벼"라며 반가워했다.

A씨는 속도를 조금 늦춰 버스와 나란히 달리며 버스 운전기사가 자신의 차를 바라보도록 비상등과 경적을 울렸다. 창문도 내려 노부부의 얼굴을 버스 기사에게 보여줬다. 그제야 버스 기사는 차에 탄 노부부를 알아보고, 갓길에 버스를 세웠다. A씨도 다행이라며 갓길에 정차했다. 관광버스 기사는 버스에서 내려 "죄송하다"고 사과한 후 노부부를 버스로 안내했다. A씨에게 "고마워유"라고 인사한 할머니는 버스에 타려다 다시 돌아와 또 한 번 인사했다.

A씨는 "시속 110㎞의 고속도로였지만, 160~170㎞의 속도로 과속하며 달린 것 같다"며 "제 과속으로 인해 위협됐을 주위 차주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 용서해달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장거리 고속버스 운행하시는 분들이나 관광버스 운행하시는 분들께서는 이렇게 승객분들을 휴게소에 두고 출발하는 일이 없도록 가기 전에 한 번씩만 더 확인해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또 A씨가 "아쉽지만 제 블랙박스가 고장이 나서 (노부부가 버스에 타는 모습이 담긴) 후방 영상이 녹화되지 않았다"고 하자, 진행자인 한문철 변호사는 A씨에게 블랙박스를 선물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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