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8일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위원을 임명하고 내년 총선 준비에 착수했다. 이전부터 '검사 공천' 등 설왕설래가 시작된 가운데,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공천'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면서 경기 성남 분당갑을 지역구로 둔 안철수 의원의 거취가 가늠자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조강특위 위원 인선을 의결했다. 이철규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맡고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과 배현진 조직부총장이 당연직으로 참여한다. 추천직으로는 함경우 경기 광주갑 당협위원장과 박진호 경기 김포갑 당협위원장이 합류하고, 추후 위원 2명을 추가 임명할 계획이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전국 당협위원회 중 35곳이 미임명 상태"라며 "(조강특위는) 35곳을 임명하기 위한 심의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위원장이 공석인 사고 당협을 정비한 뒤, 오는 10월 당무감사를 통해 경쟁력이 낮은 당협위원장을 솎아낼 계획이다. 사실상 조강특위 인선으로 내년 총선 공천 준비를 위한 신호탄을 쏜 것이다.
조강특위가 '친윤석열계' 인사 중심으로 구성되면서 당내 일각에서는 대통령실과 검사 출신의 '낙하산 공천'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특정 지역구를 둘러싼 기싸움도 시작됐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이 안 의원을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내 집 내놔라'라고 하면 나가야 하는 세입자에 비유했다"는 사회자 말에 "홍 시장은 전 시장이 나오겠다고 하면 자리를 내주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보궐선거로 들어온 사람(안 의원)이 또 지역구를 바꾸는 것은 주민에 대한 예의나 도리가 아니다"라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안 의원은 김 수석이 지난해 6·1 지방선거 당시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해 공석이 된 경기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김 수석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이전 지역구를 노리더라도 안 의원이 지역구를 수성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안 의원은 최근 지역구에서 당원 모집 운동에 나서며 지역 관리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경기 성남 분당갑에 당내 관심이 집중되는 배경엔 내년 총선 공천에 대통령실의 입김을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수석은 대선 당시 윤 대통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과 당선인 대변인,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연달아 맡으며 '친윤' 인사로 분류된다. 반면 안 의원은 3·8 전당대회를 거치며 대통령실과 갈등하며 "국정운영의 훼방꾼" 등의 지적을 받으며 비윤석열계 인사로 규정됐다. 이에 친윤계인 김 수석의 출마를 위해 비윤계인 안 의원에게 다른 지역구 출마 등을 권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당 안팎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검사 출신이나 현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이 대거 공천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김기현 대표가 지난 2일 "검사 공천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논란을 불식하기 위한 것이었다. 대통령실에선 김 수석 외에 이진복 정무수석,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등이 내년 총선 출마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당내 평가는 엇갈린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5일 CBS 라디오에서 김 수석의 경기 성남 분당갑 출마 가능성에 대해 "아무리 정치판이 의리가 없다 하지만 안 의원은 (윤 대통령과) 후보 단일화를 했던 장본인이지 않느냐"고 했다. 반면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의원은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는 만큼, 부산 등 좀 더 험지에 출마하는 게 본인의 당내 입지를 강화하는 데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