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중개 응용소프트웨어(앱)를 통해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까지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유정(23)이 학창 시절엔 동창들 사이에서 "착한 아이"로 기억됐을 정도로, 말수가 없고 내성적인 성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7일 MBN 보도에 따르면 고교 동창생들에게 정유정은 폭력성 등 크게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었던 데다 말수가 없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기억됐다. 한 동창은 인터뷰에서 "말 없고 혼자 다니고 존재감 없는 아이였다"며 "인사해도 대답을 받아주지 않아 친구가 없었지만 따돌림을 당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특이한 점은 정유정이 고교 시절 교실 커튼 뒤에 숨곤 했다는 대목이다. 한 동창은 "정유정이 커튼 뒤에 항상 가 있고, 간식 먹을 때도 혼자 먹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공격적인 성향보다는 방어적인 성향에서 비롯된 행동이라는 분석이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런 행동에 대해 "정유정이 상당히 낮은 자존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방어성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도 비슷한 증언이 나왔다. 역시 공격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고교 시절 같은 반 동창으로, 정유정의 연락처를 현재도 가지고 있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한 유튜브 영상 댓글에 "엄청 내성적이고 목소리가 작아서 착한 앤 줄 알았다"며 "그때도 사람들과 정말 잘 못 어울렸었다"고 남겼다. 이어 "나도 내성적이어서 항상 내성적인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정유정과도 학기 초반에 이야기를 꽤 나눴다"며 "느리고 말 없고, 멍하고 사회성이 떨어진다고만 생각했지 악한 느낌은 전혀 없어 (사건 소식을 듣고) 더 놀랐다"고 덧붙였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학생이었다는 정유정은 지난달 31일 경찰조사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 "살인해 보고 싶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2월부터는 온라인에서 '살인' 등을 집중적으로 검색했고, 평소에 방송 매체나 인터넷을 통해 범죄수사 프로그램을 많이 보며 살인에 관심을 키운 것으로도 파악됐다.
정유정은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PCL-R)에서 28점 이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는 총점 40점으로 국내에선 통상 25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로 간주한다. 경찰 관계자는 "정유정 점수가 연쇄살인범 강호순(27점)보다 높은 결과"라고 말했다.
이수정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유정과 같은 성향의 범죄자를 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현실적으로 (피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봤다. 다만 사이코패스의 특징인 타인에게 냉담한 성향 등은 알아챌 수 있다는 조언이다. 이 교수는 "직장 생활에서 성과를 편취하는 상사, 가족 중에서 폭행하고 못살게 구는 사람이 있다면 할 수 있다면 피해야 하고 폭행을 당했다면 무조건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