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 수준의 집중호우가 잦아진 가운데 서울 25개 자치구를 포함한 지방자치단체가 침수 위험을 외면해왔다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집값 떨어진다"는 민원 등을 의식해 상습침수지역을 예방사업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심지 침수예방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8월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의 집중호우 피해를 계기로 진행됐다. 당시 이틀간 시간당 100㎜ 이상의 장대비가 쏟아져 강남·관악·동작·서초구에 피해가 집중됐다. 서울 지역에서만 8명이 숨지고 683억 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반지하주택, 지하주차장 등 저지대 상습 침수 지역이 취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감사원 실태 파악 결과 서울시의 모든 자치구는 물에 잠길 위험이 있는 지역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서울시가 하천 범람이 우려되는 지역 등 125곳을 선정했으나 자치구들은 이곳을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침수위험지구)로 지정하지 않았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다"거나 "건축 시 어려움이 생긴다"는 민원이 제기된 것이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설상가상으로 국가 안전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는 각 지자체가 침수위험지구를 제대로 지정하도록 권고하지 않았다.
서울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감사원이 2018년 1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지정된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369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35%(142곳)가 주택·상가 지역 등은 제외한 도로, 하천 등만 포함됐다. 민원의 영향이 컸다. 위험개선지구로 지정되면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등 건축법상 제약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물난리를 예방할 수 있는데도 막지 못했다. 침수가 예상됐지만 위험지구에서 빠진 3개 지역에서 실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또, 위험지구에서 제외된 지역의 건축허가 현황(2018~2022년)을 표본조사한 결과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하는 조건 없이 168건의 건축허가가 났다. 이에 감사원은 행안부 장관에게 지자체가 위험개선지구를 지정·고시하면 침수 예상지역이 정확히 반영되도록 전문가 검토를 충실히 하라고 주의요구했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올 7월 강수량은 평년(245.9∼308.2㎜)과 비슷하거나 많을 확률이 각각 40%다. 또, 8월은 평년(225.3∼346.7㎜)과 비슷할 확률이 50%, 많을 확률이 30%, 적을 확률이 20%로 예측됐다. 특히, 8월에는 저기압과 대기 불안정 탓에 국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릴 때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