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하이오주 출신 만 21세 청년 오토 웜비어(Otto Warmbier, 1994~2017)는 2016년 연초 북한을 여행했다. 버지니아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며 홍콩 현지 수업을 받기 위해 막 출국한 때였다. 글로벌 지속가능 경제를 부전공하던 그는 북한 실상이 궁금했다고 한다. 그는 뉴질랜드인들이 중국에서 설립한 여행사 4박 5일 상품으로 2015년 12월 29일 미국인 10명 등 단체 관광단과 함께 베이징을 경유해 북한에 입국했다. 평양 여러 곳을 관광한 뒤 새해 전야 양각도 국제호텔에서 일행과 함께 술을 마신 그는 1월 1일 새벽 2시 무렵 호텔 직원구역 벽에 붙은 체제 선전포스터를 뜯어냈다.
그는 출국 당일인 2일 공항에서 체포됐고, 3월 16일 북한 형법 제60조(국가전복혐의) 위반 혐의로 15년 징역(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재판에서 그는 미국 정부의 지령에 따라 관광객으로 위장 입국해 북한 주민들의 단결을 저해하기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자백하며 “미국 정부가 앞으로 저와 같은 이들을 조종해 외국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진술했다. 북한이 사후 공개한 의료기록에 따르면 그는 선고 직후인 4월부터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북한 측은 보툴리누스 중독이 원인이라고 밝혔지만, 미국 측에 전달된 초기 MRI 뇌 스캔 사진에는 광범위한 뇌손상 흔적이 있었다. 그는 2017년 6월 12일 회복 가능성이 없는 ‘미반응 각성상태’로 미국으로 송환됐고, 19일 부모 요청에 따라 연명치료를 중단했다.
유족과 미국 정부, 국제사회는 북한의 반인권행위를 규탄했고, 북측은 간첩을 치료해준 인도적 조치의 결과라고 반박했다. 훗날 확인된 바 북한은 웜비어 치료비 200만 달러를 미국 정부에 청구했다. 지난해 말 미 상원은 국방수권법(NDAA)의 일부로 북한정권의 반인권 실태와 정보 감시 검열에 대응하기 위한 ‘웜비어-북한 정보 검열 감시법’을 법제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