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건설기업이 체감하는 경기지수가 4개월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23년 만에 가장 적은 분양 실적 탓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5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가 66.4로 전달보다 13.8포인트 하락했다고 2일 밝혔다. 올해 1월 63.7을 찍은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CBSI는 건설기업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해 산출한 지수로, 기준선인 100보다 낮으면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부동산 경기 부진, 미분양이 이어지며 건설사가 계획한 물량을 분양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 박철한 연구위원은 "통상적으로 건설사들은 장마가 시작되는 6∼7월 전인 5월에 분양을 하는데 지난달 분양된 물량은 계획물량(3만 가구)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약 1만4,000가구"라며 "통계가 확인되는 2000년 이후 5월 물량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기업이 전달 91.6에서 5월 68.7로 급감했고, 지방 기업도 68.6에서 64.1로 감소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크게 하락했다. 지난달 대기업 CBSI는 전달 90.9에서 이달 63.6으로 27.3포인트 줄었고, 중견기업은 79.5에서 63.2로 16.3포인트 떨어졌다. 중소 건설기업만 73.2를 기록, 전월(68.4)보다 4.8포인트 상승했다.
주택이 다 지어진 뒤에도 팔리지 않는 이른바 '악성 미분양'도 최근 증가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4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준공 후 미분양은 8,716가구로 전달(8,650가구)보다 0.8%(66가구) 증가했다. 미분양 규모는 2021년 6월(9,008가구)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분양시장이 회복됐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보니 시행사와 협의해 '시장 상황을 더 지켜보자'고 미루는 경우가 있다"며 미분양이 나면 공사비 회수가 안 되다 보니 선뜻 나서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6월 건설경기 전망 지수는 5월 실적치보다 10.2포인트 높은 76.6으로 전망됐다. 다만 5월 전망치(86.5)보다 낮아 건설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박 연구위원은 "실제 기대치만큼 지수가 상승할지는 미지수"라며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