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대만이 단교 44년 만에 양자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이라는 형식 자체가 대만을 중국과 분리된 독립된 나라로 인정하는 형식이어서 중국이 크게 반발했다.
2일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주(駐)대만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 재대만협회(AIT)의 잉그리드 라이슨 집행이사와 샤오메이친 주미국 대만경제문화대표부 대표가 만나 '21세기 무역에 관한 미·대만 이니셔티브 1차 협정'에 서명했다. 서명식에 참석한 덩전중 대만 경제무역협상판공실(OTN) 대표는 "이 협정은 (미국과 대만이 외교관계를 끊은) 1979년 이후 미·대만 간 규모가 가장 큰 협정으로,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인도·태평양 13개국이 참여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키면서 대만은 제외했다. 대신 별도의 경제 협의체인 '미·대만 이니셔티브'를 만들어 경제 협력 강화를 모색해 왔고, 이번 협정 체결은 후속 조치다.
이번 협정은 미국·대만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가는 과정으로 평가된다. △세관 업무 간소화 △무역 편리화 △물류 시간 단축 등 FTA 체결에 필요한 각종 제도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샘 미셸 미 무역대표부(USTR) 대변인은 "대만과의 무역 분야 추가 협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협정의 내용보다 형식에 반발한다. 협정 체결 자체가 미국이 대만을 주권국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하나의 중국' 원칙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는 협정 체결 직후 외교적 항의를 뜻하는 '엄정한 교섭'을 미국에 제기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정부는 대만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 간 모든 형태의 교류를 단호히 반대한다"며 "여기에는 공식적인 성격을 지닌 협정과 서명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했으며, 무역을 앞세워 미국에 의존하는 대만 세력의 노력은 헛수고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중의 긴장은 재차 고조될 조짐이다.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하는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은 각각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를 두고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오스틴 장관과 리 부장은 3일과 4일 각각 '인도·태평양 지역 내 미국의 리더십'과 '중국의 새 안보 이니셔티브'를 주제로 연설에 나선다. 미 국방부는 최근 샹그릴라 대화 기간 미중 국방장관 회담을 열자고 제안했으나, 중국이 거절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샹그릴라 대화 참석에 앞서 1일 응엥헨 싱가포르 국방장관과 회담한 리 부장은 "대만 통일을 위한 무력 사용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열린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최선의 노력으로 평화적 통일을 쟁취하겠다. 다만 무력 사용을 포기한다는 약속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리 부장이 이를 다시 상기시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