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기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충청권은 메가시티 개념을 구현할 수 있는 조건을 가장 잘 갖춘 지역”이라며 “충청권 지자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충청권 특별지자체(메가시티)가 성공한다면, ‘금강 경제권’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의 ‘지방시대’ 공약을 진두지휘하는 국가 균형발전 사령탑이 충청권 메가시티 구축 작업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이다. 메가시티 설치를 지원하는 행정안전부는 물론 한시 조직으로 연초 출범한 충청권 특별지자체 합동추진단의 업무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2일 세종시 어진동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가진 우 위원장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인력과 재원을 집적해 성장하던 시대는 끝났고, 개발이 덜 된 지방을 키워 대한민국 성장을 이끌겠다는 것이 지방시대 공약의 바탕”이라며 “광역경제권, 메가시티, 행정통합 등의 방향으로 움직임이 있는 곳이 있다면 균형발전위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충청권 특별지자체 설치 움직임은 2020년 11월 20일, 민선 7기 단체장들 사이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특별지자체 설립 및 초광역협력 전략 수립을 위한 용역이 추진됐다.
우 위원장은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메가시티, 대구ㆍ경북 행정통합 등 각 지역에서 수도권 일극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난해 지방선거 후 모두 없던 일이 됐다”며 “그러나 충청권 4개 시도는 그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민선 7기 단체장들의 당적이 모두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뀌었음에도 지역 통합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대전과 세종, 충남, 충북의 550만 인구로는 2,000만 명의 수도권에 대응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우 위원장은 “충청지역은 과학, 행정, 산업 등 어느 것 하나 빠지 않는다”며 “수도권보다 결속력을 높인다면 대항마가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 우 위원장은 충청권 특별지자체 합동추진단의 활동이 궁극적으로는 행정통합에 향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별지자체는 지방자치법상 조합 형태의 법인 조직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임의 탈퇴가 가능하다”며 “결속 수준이 높은 행정통합을 통해 하나의 단체처럼 움직여야 수도권에 대응하기가 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충청권 특별지자체 등 초광역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권역에 대한 균형발전위 차원의 지원이 이뤄진다면 법적, 제도적 관련 장치 마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 위원장은 “특별지자체, 메가시티를 구축했다 하더라도 한번 합의가 되면 탈퇴할 수 없도록 법을 정비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가장 빠른 속도로 추진되다 좌초한 부울경 메가시티도 지자체들의 자율 참여를 전제로 했던 까닭에 한 단체의 어깃장에도 행안부는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수도권과 같은 초광역협력 단위가 전국에 2, 3개 정도만 생겨도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고 정부는 모든 지원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지방자치 시대에 그 주체들이 싫다는 것을 억지로 밀어붙일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마강래 중앙대 교수도 “부울경 메가시티를 현 단계에서 ‘실익이 없다’고 포기하는 것은 지역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며 박완수 경남지사 등을 강력 비판한 바 있다.
메가시티든 행정통합이든 권역별 협력에 대한 국내 지자체들의 경험이 일천한 만큼 충청권 특별지자체 합동추진단도 향후 어떤 복병과 난관에 부닥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우 위원장은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광역단체별로 갖고 있는 상품 공동 브랜드 통일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경북도는 실라리안, 대구는 쉬메릭 브랜드를 통해 관내 중소기업들의 제품이 대기업 브랜드와 거의 비슷한 효과를 내기도 했다”며 “충청권에 있는 각종 브랜드를 하나로 합쳐 좋은 이름을 붙이고, 해당 브랜드 사용을 위한 엄격한 평가 기준을 갖춰 지역 생산품의 질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