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선수들 일본에 지고 여자들과 술" 3월 목격담 재조명

입력
2023.06.01 10:50
야구팬들 3월 11일 온라인에 게재된 '음주 목격' 글 주목
작성자 "일본전 끝난 뒤 새벽 4시... 룸살롱 아닌 술집"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도중 야구 대표팀 일부 선수의 음주 의혹이 제기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3월 대회 당시 이미 온라인상에 게재됐던 '음주 목격담' 글이 재조명되고 있다. 작성자는 당시 "사진도 없는데 어떻게 믿냐"는 누리꾼들의 반응에도 글을 지우지 않았고, 뒤늦게 관심을 받은 최근 다시 글을 남겨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야구팬들은 2개월 전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올라온 'WBC 대표팀 음주 목격담'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이 공유 중인 글은 지난 3월 11일 오후 5시 35분에 작성됐다. 한국이 조별리그 통과 여부를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경기로 손꼽았던 호주(3월 9일, 7:8 패), 숙명의 라이벌 일본(3월 10일, 4:13 패)과의 경기에서 연패를 당한 뒤 체코전(3월 12일)을 앞둔 시점이었다.

이 글을 작성한 누리꾼 A씨는 "나는 동경(일본 도쿄) 거주자"라며 "누구라고 말은 못 하겠는데 어제 경기 진 한국 선수들, 여자 끼고 노래 부르러 왔더라"고 주장했다. 그는 "2차인지 3차인지 모르겠으나 시간은 새벽 4시쯤"이라며 "게임 졌는데 여자 끼고 아침까지 술 먹는 선수들 보니까 '야구는 그냥 레저'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설마 호주전 졌을 때도 이렇게 술 먹었을까 생각이 들더라"라고 의심했다.

누리꾼들이 "사진도 없이 어떻게 믿냐", "착각한 것 아니냐", "적어도 누가 왔는지 힌트라도 줘야지" 등의 댓글을 남기며 '조작'을 의심하자, A씨는 "사진은 고소당할까 봐 못 찍었다", "기본 술집이 아니고 룸처럼 되어 있어, 내가 그 방에 들어가서 사진 찍지 않는 한 순간적으로 폰 꺼내 사진 찍기 불가능했음", "장소는 아카사카"라고 다시 댓글을 남겼다. 음주 선수들이 술 마신 곳으로 추정되는 장소도 아카사카다.


그렇게 묻혔던 이 글은 지난달 30일 뉴데일리와 유튜브 채널 '세이엔터'가 "WBC 당시 대표 선수들이 도쿄 아카사카의 술집을 찾았다. 첫 경기인 호주전 전날인 3월 8일 밤부터 경기 당일인 9일 새벽까지 술을 마셨고, 일본전 전날인 9일에도 술자리를 가졌다"고 음주 의혹을 제기하며 양상이 뒤바뀌었다. KBO 사무국도 각 구단을 통해 경위서를 확인한 결과, 세 선수가 술집을 출입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경기 전날 술을 마신 것은 부인했다고 31일 밝혔다.

과거 자신이 쓴 글이 뒤늦게 조회수 50만 회를 넘기며 화제가 되자 A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재차 글을 올렸다. 그는 "(음주 선수가 누군지 등을 묻는) 쪽지가 많이 오는데 어차피 알려질 일일 테니 내가 나서서 야구선수 누군지 말할 생각 없고, 취재에 응할 마음도 없다"면서도 "내가 목격한 곳은 술집이었다"고 자신의 주장이 사실임을 재확인했다. 다만, 음주 장소가 룸살롱이라는 의혹에는 "(도쿄에선) 새벽 4시면 룸살롱 영업은 안 한다"고 선을 그었다.

누리꾼들은 이 글에도 "(글 썼을 당시 사진도 없이 누가 믿냐며) 온갖 음해에 시달렸지만 글 삭(제) 안 하고 버티다 결국 누명을 벗은 당신을 응원합니다", "모든 인터뷰에 응해야 할 운명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박민식 기자